강습 타구에 뒤꿈치를 맞고도 직구 구속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꽂아 넣으며 마운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에이스' 크리스 페덱(30)이 아찔한 부상 위기를 딛고 투혼의 역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1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6-4로 값진 승리를 거뒀다. 타선에서는 3타수 3안타 5타점을 쓸어 담은 르윈 디아즈의 불방망이가 빛났고, 마운드에서는 부상 투혼을 불사른 선발 페덱의 헌신이 팀을 지탱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이번 시즌 키움과의 홈 맞대결을 전승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하며 안방 강세를 입증했다.
이날 경기의 변수가 될 뻔한 장면은 4회초에 나왔다. 삼성이 앞서가던 4-0으로 앞선 4회초 무사 1, 3루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키움 김동헌의 날카로운 타구가 페덱의 뒤꿈치를 정통으로 강타했다. 굴절된 공이 3루수 땅볼 아웃으로 연결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지만, 타구 충격이 워낙 커 현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삼성 더그아웃에서도 트레이너진이 다급하게 마운드로 뛰어 올라와 상태를 살폈고, 페덱 역시 극심한 통증을 참아내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교체는 없었다.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은 페덱은 투구를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놀라운 건 그 직후였다. 삼성 구단이 제공한 투구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타구에 맞은 뒤에도 페덱의 직구 구속은 전혀 떨어지지 않고 최고 150km를 찍었다. 아픔을 잊은 역투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4회를 매듭지은 페덱은 5회와 6회까지 책임지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QS)를 완성했다. 최종 성적은 6이닝 9피안타 5탈삼진 3실점. 페덱은 시즌 5승(2패)째를 품에 안았다. 이날 102구를 던진 페덱의 최고 구속은 2회 나온 152km였다.
경기 후 페덱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를 보였다. 가장 우려를 낳았던 부상 부위에 대해 페덱은 "맞은 부위는 괜찮다. 맞은 직후 트레이닝 파트에서 정말 빠르게 잘 치료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붓지 않도록 일부러 경기 중에도 계속 왔다 갔다 움직였다. (경기가 끝난 직후인) 현재 통증이라기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운 느낌이다. 멍이 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우선 푹 자고 잘 회복한 뒤 다시 출근해서 몸 상태를 다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4회와 5회 위기 상황을 버텨낸 비결로는 배터리를 이룬 베테랑 포수 강민호(41)의 리드를 꼽았다. 페덱은 "초반부터 야수들이 득점 지원을 든든하게 해줘서 좋은 흐름으로 시작했다. 최대한 스트라이크 존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려 했는데 4~5회에 생각이 많아지고 스스로를 믿지 못해 다소 주춤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페덱은 "그때마다 투수 코치님과 (강)민호 형이 '생각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 했었다. 특히 민호 형은 이닝마다 내가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명확한 피드백을 건네준다. 그런 분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느끼는 가장 든든한 점이다. 이 자리를 빌려 민호 형에게 꼭 '샤라웃(감사와 존경의 인사)'을 보내고 싶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쉬운 점에 대해 페덱은 "4~5회 흔들렸던 부분은 아쉽다. 특히 상대 타자들을 2번째~3번째 상대했었던 6회를 깔끔하게 막아내고 내려와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마운드 위에서 에이스다운 책임감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진만(50) 삼성 감독 역시 페덱에 대해 "타구에 맞아 몸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6회까지 길게 잘 끌어주면서 QS를 해준 덕분에 승리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