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우승 캡틴' 황재균(39)이 은퇴식 특별 엔트리를 통해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를 얻었다. 치열한 선두 싸움 중이지만 '스승' 이강철(60) KT 감독도 기꺼이 길을 열어뒀다.
이강철 감독은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를 앞두고 황재균의 출전 여부에 대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이날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에 등록됐다. 경기 후에는 미뤄졌던 공식 은퇴식도 진행된다. 당초 KT는 지난달 8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황재균의 은퇴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염으로 KBO 리그 일정이 중단되면서 은퇴식도 함께 연기됐다. 구단은 황재균이 오랜 시간 몸담았던 롯데와 다시 만나는 주말 홈 경기인 이날을 새로운 은퇴식 날짜로 잡았다.
단순히 행사만 치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경기 출전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1시즌을 앞두고 은퇴식을 치르는 선수에게 그날 한정으로 1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엔트리 제도를 도입했다.
황재균은 팀 상황을 고려해 "여유가 있을 때 한 번 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기 전 KT가 삼성 라이온즈에 1경기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자신의 은퇴식 때문에 승부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벌써 경기를 뛰지 않은 지 11개월째지만, 몸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단 한 경기 출전을 위해 몇 개월 전부터 몸을 만들었기 때문. 황재균은 은퇴식 당일인 이날, 선수 때처럼 일찍 경기장에 도착해 KT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타격까지 소화했다.
색다른 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다. 보통 특별 엔트리를 활용하는 은퇴 선수들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황재균에게 출전 여부와 시점을 맡겼다. 지난해 박경수가 은퇴할 때도 9회초 대수비로 내보내 9회말 교체했던 사령탑이다.
이 감독은 "배팅하는 걸 봤는데 제일 잘 치더라"라고 웃으면서 "처음에 넣었다가 빼는 거보단 그게 낫다고 봤다. 언제 쓸진 모른다. 그래도 내 스타일상 3점 차만 돼도 쓴다. 내가 (박)경수 때도 수비로 내지 않았나. 기다려 보세요"라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KT에도 이 감독에게도 황재균은 특별한 선수다. 2018년 KT 유니폼을 입은 황재균은 이후 줄곧 팀의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특히 2021년에는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며 KT 창단 첫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이 감독은 "7년간 참 고생 많았다. 황재균이 있어서 3루수 걱정 없이 야구를 했던 것 같다"며 "항상 경기에 나왔고, 부러지거나 하지 않는 이상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부분이 참 고맙다"고 돌아봤다.
이어 "야구도 열심히 잘했고 고생 많이 했다. 지금은 연예인이 돼가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잘됐으면 좋겠다. 건강했으면 한다"고 제자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