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추월은 거의 불가능했고 지나치게 긴 피트 레인은 전략의 다양성까지 없앴다. 포뮬러원(F1)의 새로운 무대 마드링 서킷이 첫 경기부터 혹평받았다.
영국 'BBC'는 15일(한국시간) F1 담당 기자 앤드루 벤슨의 질의응답을 통해 스페인 그랑프리가 열린 마드링 서킷의 문제점과 랜도 노리스의 우승을 앗아간 가상 안전 차량(VSC) 규정 등을 분석했다.
마드링에서 처음 개최된 스페인 그랑프리에서는 메르세데스의 키미 안토넬리가 우승하며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 자리를 더욱 굳혔다. 레드불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2위, 맥라렌의 노리스가 3위를 기록했다.
BB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베르스타펜의 2026시즌 그랑프리 주말당 평균 승점은 9.8점이다. 2023년 기록한 26.1점에서 2024년 18.2점, 2025년 17.5점으로 떨어진 뒤 이번 시즌에는 10점 아래까지 내려갔다.
이번 경기의 가장 큰 화제는 결과보다 서킷이었다.
마드링은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인근 이페마 전시장 주변에 조성됐다. 기존 도로와 새로 건설한 구간을 결합했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었던 서킷이었다.
그런데도 경기 전부터 선수들은 추월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경기에서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노리스는 경기 후 "누군가 이 설계를 보고 어떻게 ‘끝내준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직격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강한 제동으로 추월을 시도할 수 있는 구간 앞에 충분히 긴 직선 주로가 없다는 점이다.
여러 코너에서는 방향을 바꾸면서 동시에 제동해야 한다. 뒤따르는 차량이 제동 구간에서 옆으로 파고들기 어려운 구조다. 코너를 빠져나가는 지점에서 벽이 트랙 쪽으로 좁아지는 부분도 추월을 방해한다.
달력에 포함된 모든 서킷 가운데 가장 긴 피트 레인도 문제로 지적됐다.
피트 레인이 길수록 타이어 교체 과정에서 잃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팀들은 두 차례 이상 피트 스톱을 시도하기보다 한 번으로 경기를 끝내려 한다.
타이어 마모가 크더라도 선수들이 속도를 줄이고 타이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고와 안전 차량 투입 가능성까지 줄어들면서 전략 변화와 순위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서킷을 개선할 방법은 비교적 분명하다는 평가다.
노리스는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주행 자체는 재미있는 서킷이기 때문에 변화가 이뤄진다면 내년 경기가 기대된다. 지금은 훌륭한 레이스 트랙이 아니다. 예선에서는 훌륭하다"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수정안도 내놨다. 노리스는 18번과 19번 코너를 없애고 17번에서 20번 코너까지 직선으로 연결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미국 오스틴 서킷의 1번 또는 10번 코너처럼 진입 구간이 넓은 대형 헤어핀을 만들면 추월 기회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5번 코너의 어색한 시케인과 5번부터 7번 코너까지 이어지는 구간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트와 패독의 위치 및 구조 역시 개선 대상으로 꼽혔다. 마드링의 관련 시설은 다른 서킷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었다. 피트 레인은 건물 때문에 두 구역으로 나뉘었고, 피트와 패독도 한곳에 모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F1 관계자들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노리스에게 우승을 빼앗은 VSC 운영 방식도 논쟁의 중심에 섰다. 선두를 달리던 노리스는 피트 진입 지점을 막 통과한 순간 VSC가 발령됐다. 다른 선수들은 VSC 상황에서 피트 스톱에 나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지만, 노리스는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했다.
VSC는 실제 안전 차량과 달리 선수 간 격차를 좁히지 않고 당시의 간격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한다. 트랙 위 위험 요소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경기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VSC 상황에서 피트 스톱을 진행하면 정상 주행 중일 때보다 시간 손실이 크게 줄어든다. 특정 선수가 이 과정에서 이득을 얻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노리스 역시 2024년 마이애미 그랑프리에서 안전 차량 또는 VSC 투입 가능성을 기다리는 전략을 통해 자신의 F1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이번에는 한 선수의 위치 때문에 오직 그 선수만 VSC 상황에서 피트로 들어갈 수 없었다. BBC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선두가 우승을 놓친 사례는 당시 현장 관계자들이 기억하는 범위에서 처음이었다.
노리스는 이러한 문제가 선수들과 국제자동차연맹(FIA)의 브리핑에서 "이미 수없이 논의됐다"라고 밝혔다.
이에 VSC가 발령되면 최소 한 바퀴 동안 유지해 모든 선수가 같은 조건에서 피트 스톱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맥라렌의 안드레아 스텔라 팀 대표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스텔라는 "모든 선수가 같은 트랙 조건을 경험하도록 VSC를 최소 한 바퀴 유지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운에 맡긴 채 때로는 이득을 보고 때로는 손해를 보는 것이 맞는가. 나도 확신하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안전 차량은 오랫동안 F1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과거에는 일정 시간 피트 레인을 폐쇄하는 방식도 사용됐지만, 여러 차례의 변경을 거쳐 현재 규정이 만들어졌다.
규정 변경 논의는 스포츠 자문위원회의 분석을 거친 뒤 각 팀과 F1, FIA가 참여하는 F1 위원회에서 검토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F1과 FIA가 빠르게 규정을 바꿀 만큼 강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7시즌 새로운 선수가 F1에 진입할 가능성이 가장 큰 팀으로는 하스가 꼽혔다. 에스테반 오콘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는 현 포뮬러2(F2) 챔피언이자 맥라렌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 소속인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포르나롤리와 이번 시즌 F2 2위를 달리는 페라리 아카데미 소속 브라질 선수 하파엘 카마라다.
두 선수 모두 하스 테스트에 참가했고 팀에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스는 빠른 기량과 함께 재정적인 지원까지 가져올 수 있는 선수를 원하지만, 아직 확실한 우선순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스의 예비 드라이버이자 기술 파트너 토요타가 오랫동안 지원한 히라카와 료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레드불은 불가리아 출신 F2 선두 니콜라 촐로프를 레이싱 불스로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리암 로슨 또는 아비드 린드블라드 중 한 명을 제외해야 한다. 신인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린드블라드를 내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로슨 역시 이번 시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촐로프의 승격을 장담할 수는 없다.
캐딜락에는 인디카 우승 경험이 있는 콜튼 허타가 예비 드라이버로 있다. 허타가 유럽 무대와 F2에 적응한 뒤 F1으로 승격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허타는 이번 시즌 F2에서 최고 성적이 5위에 그쳤고 챔피언십 순위도 19위에 머물러 있다. 2027년 곧바로 F1에 올리는 것은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마드리드에서 포뮬러3(F3) 챔피언에 오른 미국의 우고 우고추쿠도 캐딜락의 관심을 받는 선수다.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결별할 때까지 수년간 맥라렌 육성 프로그램에 몸담았다.
다만 2027년 F1 승격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현재 F1 최장신 선수들인 오콘과 알렉스 알본, 조지 러셀보다도 훨씬 큰 키 때문에 F1 차량에 맞추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부분 팀의 선수 구성은 사실상 정해진 상태다. 남은 주요 변수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2027년에도 F1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여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