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외계인’으로 불리며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당대 최고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54)가 요즘 야구에 일침을 놓았다.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야구 팟캐스트 ‘파울 테리토리’에 출연한 마르티네스는 최근 메이저리그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일부 구단주들의 지나친 상업주의와 후배 선수들의 실력 퇴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르티네스는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들이 실망스럽다. 일부 지구의 상황은 내가 예상한 것과 달라서 지켜보는 재미가 없다”며 5개 팀 중 4개 팀이 5할 승률 아래에 머물고 있는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와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부진을 지적하면서 지갑을 열지 않는 일부 구단주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마르티네스는 “야구의 비즈니스 측면이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내가 비즈니스라고 말하는 건 돈을 의미한다. 어떤 구단들은 실제 우승하는 것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팀을 아끼는 척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구단들이 있다. 그저 돈만 원하는 구단들이 월드시리즈 우승 후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는 사례들을 우리는 이미 봤다. 모든 구단주가 그렇지 않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가슴 아픈 일이다”며 야구를 비즈니스로만 접근하고 운영하는 구단주들에게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마르티네스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들이 많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조만간 좋은 팀이 될 수 있는 팀이다. 선수들이 함께 뛰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며 “밀워키 브루어스의 경우 이기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조금 더 동력을 갖고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스몰마켓 팀이지만 우승할 만한 재능은 충분히 갖췄고, 우승을 하기 위해선 조금 더 추가 동력이 필요하다. 만약 내가 단장이나 구단주라면 그들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을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후배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마르티네스는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시카고 컵스)처럼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들의 활약은 고무적이지만 전반적으로 야구의 일부 영역이 실망스러울 만큼 퇴보했다. 더 잘해야 할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내가 오늘날 선수였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더 잘했을 것이다.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방법은 몸쪽 승부였는데 어떤 타자가 나와도 타협하지 않았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마운드 위에 섰고, 그 부분에선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는 말로 요즘 선수들이 더 강한 경쟁심과 프로 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현역 투수로는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타릭 스쿠발(LA 다저스)을 꼽았다. 마르티네스는 “매 이닝에 집중하며 자기가 시작한 일을 끝까지 직접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알칸타라의 태도가 과거 나를 떠올리게 한다”며 “마운드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데 있어선 스쿠발이 지난 몇 년간 누구보다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누구를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다. 내가 투수일 때 가졌던 성격이었다”고 돌아봤다.
지난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밤비노의 저주’를 깨며 8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뒷이야기도 털어놓았다. 당시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1~3차전에서 3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을 때 마르티네스는 “보스턴 바보들을 스윕해서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양키스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곤 팀 미팅을 열었다. 코치들을 제외하고 모인 자리에서 마르티네스는 양키스 선수들의 인터뷰 읽으며 선수단 전체에 자극을 줬고, 이후 거짓말 같은 4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마르티네스는 “내가 베테랑으로서 팀원들을 불러모은 건 그때가 유일했다. 우리가 바보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게 효과를 봤다”고 떠올렸다.
한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투수 마르티네스는 지난 1992년 다저스에서 데뷔한 뒤 몬트리올 엑스포스, 보스턴,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를 거치며 2009년까지 메이저리그 18시즌 통산 476경기(409선발·2827⅓이닝) 219승100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2.93 탈삼진 3154개를 기록했다. 1997년, 1999~2000년 3차례 AL 사이영상을 수상한 마르티네스는 올스타 8회, 평균자책점 1위 5회, 탈삼진 1위 3회, 올스타전 MVP,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을 자랑한다. 180cm 작은 키에도 최고 시속 98마일(157.7km) 강속구에 마구 같은 체인지업, 낙차 큰 커브를 원하는 곳에 구사하며 스테로이드 시대에 타자들을 압도했다. 은퇴 후 2015년 91.1%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