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29)이 4안타 4타점으로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끝내고도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8회초 수비를 앞두고 유준규와 교체돼 달려간 라커룸에는 이미 선객(先客)이 있었다.
최원준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 경기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4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KT의 15-3 대승을 이끌었다.
대승의 중심에 최원준이 있었다. 1-3으로 뒤진 5회말 2사 1루에서 최승용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비거리 126.7m의 우중월 동점 투런포를 터뜨렸다. 시즌 9호포. KT가 6회 5점을 몰아칠 때는 우중간 적시타를 보탰고, 7회에도 적시 2루타를 날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최원준은 오히려 "운이 좋았다. 실투가 들어왔고 중요한 상황에 홈런이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낮췄다.
덕분에 KT는 77승 4무 47패로 2위 삼성 라이온즈(76승 3무 51패)에 2.5경기 앞선 단독 선두를 지켰다. 전날(18일) LG 트윈스에 1-12로 크게 패하며 7연승이 끊겼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를 바꿨다. 이강철(60) KT 감독도 경기 후 "타점이 필요한 순간마다 자기 역할을 해준 최원준의 활약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콕 집어 말했다.
자신의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최원준의 관심은 이미 또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만큼 상대 경기 결과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 최원준은 "경기에서 빠지자마자 바로 삼성 경기부터 돌려서 체크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가 이기면 되는 거지만, 매일 이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형들도 다 먼저 체크하고 있더라"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지켜본 삼성의 마지막 기회에는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삼성이 3-5로 뒤진 9회초 2사 1, 2루. 타석에는 최형우(43·삼성)가 들어섰다. 전 소속팀에서 9년간 함께했던 대선배였지만, 이날만큼은 지켜보는 마음이 조금 복잡하다.
최원준은 "마침 (최)형우 선배가 타석이었다. 중요한 상황이어서 너무 좋아하는 선배지만, '못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도 곧바로 "그러면 안 되는데, 너무 존경하는 선배인데 몰래 그렇게 생각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최형우는 이이무라 쇼타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KT로서는 하루 만에 대승을 챙긴 데 이어 삼성의 패배까지 더해진 하루였다. 그렇다고 KT 선수단이 매일 순위표에 쫓기는 건 아니다.
최원준은 "사실 1등 하고 싶지 않은 선수가 어디 있겠나. 다 예민한 시기라 선수들도 말을 조심하고 코치님들도 일부러 그런 부분은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배려해주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조바심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 결과까지 우리가 컨트롤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베테랑의 믿기지 않는 실책의 연속으로 1-12로 무너졌을 때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원준은 "(우)규민이 형, (김)현수 형, (허)경민이 형, (김)상수 형 등이 내일 이기면 된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승인지 연패인지 우리 팀은 그런 게 분위기에서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군가 실수해도 다른 선수가 메워줄 수 있는 게 우리 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