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에 양궁 시작해 AG 메달까지, 미녀 궁사 박정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감사하죠" [오카자키 현장]

오카자키(일본)=김명석 기자
2026.10.01 04:30
25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양궁 선수의 길을 선택한 박정윤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박정윤은 여자 단체전 동메달과 혼성 단체전 은메달을 차지했으며 혼성 16강전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합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감사하다고 밝힌 그는 남은 개인전에서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제가 한 선택에 대해서는 항상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29·창원시청)은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하며 국가대표가 된 게 아니라, 불과 4~5년 전인 25살 때 다니던 직장까지 관두고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시안게임 무대에 나선 것이다.

물론 양궁과 아예 인연이 없던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양궁 선수로 생활하다가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활을 내려뒀다. 하고 싶은 게 한창 많을 나이, 진로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는 10년 넘도록 양궁 선수가 아닌 일반인의 삶을 살았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해 7년 간 직장생활까지 했다. 다만 양궁에 대한 생각은 늘 품고 있었다. 동호인으로라도 활을 당기기로 했다.

그저 취미로 양궁을 하는데도 타고난 재능은 감출 수 없었다. 성적이 점점 좋아지자, 결국 당시 양궁을 가르치던 스승의 '선수 권유'에 결국 마음을 잡았다. 당시 스승은 장비부터 레슨까지 지원해줬다. 결국 국가대표까지 선발된 뒤에는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 뒀다. 물론 결코 쉽지 않았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무모한 선택일 수 있었다.

대한민국 박정윤-최용희가 30일 일본 오카자키 주오 소고 공원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합복식 인도와의 결승전 슛오프에서 마지막 화살이 9점을 기록하며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 2026.09.29. /사진=강영조 cameratalks@

그러나 박정윤은 결심을 밀어붙였다. 직장인 박정윤이 아닌 '양궁 선수' 박정윤의 삶을 살았다. 결실을 맺었다.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린 끝에 결국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까지 됐다. 대회 메달보다 국가대표가 되기가 더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단순히 아시안게임 출전뿐만 아니었다. 그는 지난 26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에서 열린 대회 컴파운드 여자 랭킹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전체 3위에 올랐다. 이튿날 최용희와 함께 나선 혼성 단체전 일본과의 16강전에서는 16발을 모두 10점에 명중하는 '세계 신기록'도 합작했다.

나아가 시상대까지 올랐다. 30일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했고, 이어진 혼성 단체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5살에 양궁 선수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은 뒤 불과 4~5년 만에 아시아 최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이른바 '미녀 궁사'로 불리는 외모뿐만 아니라 실력으로도 인정을 받은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박정윤-최용희가 30일 일본 오카자키 주오 소고 공원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합복식 인도와의 결승전 슛오프에서 마지막 화살이 9점을 기록하며 은메달이 결정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2026.09.30. /사진=강영조 cameratalks@
강연서(성사중), 박정윤(창원시청), 박예린(한국체대)이 30일 일본 오카자키 주오 소고 공원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여자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만을 1점차로 따돌리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시상식을 떠나며 응원단에 미소를 보내며 답례하는 세 선수.2026.09.29. 강연서(성사중), 박정윤(창원시청), 박예린(한국체대)이 30일 일본 오카자키 주오 소고 공원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여자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만을 1점차로 따돌리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만의 마지막 화살이 과녁을 향하고 있다. 두선수가 두손을 모아 동메달을 기원하고 있다.2026.09.29. '1점차로 우리가 이겼구나!' /사진=강영조 cameratalks@

박정윤은 30일 두 개의 메달을 목에 건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초등학교 때 원래 양궁 선수였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관두게 됐다. 그래도 마음에 계속 남아 있었다. 성인이 돼서 동호인으로라도 좋으니까 다시 시작해보자고 생각했다. 성적이 점점 괜찮아지니 선생님께서 '정윤아, 선수 한번 해보자'라고 하셔서 마음을 잡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제가 한 선택에 대해서는 항상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 대신 선수로서의 길을 택한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고, 오히려 양궁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박예린(한국체대) 강연서(성사중)와 함께 한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최용희(현대제철)과 함께 나선 혼성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각각 목에 건 그는 이제 '금메달'까지 바라본다. 남은 종목은 1일 '개인전'이다. 앞서 두 경기는 모두 다른 선수들과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쳤다면 이제는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어쩌면 '양궁 선수' 박정윤의 실력과 현재가 가장 잘 드러날 무대다.

자신감은 넘친다. 이미 랭킹 라운드에서 그는 53명의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10점(32개)을 쏘며 3위에 올랐다. 1위 인도 치키타 타니파르티와는 3점 차다. 단체전에서 번번이 '세계 최강' 인도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해볼만 하다"며 자신감까지 품었다. 오히려 이제는 설욕전의 의미까지 담겼다. 하루에 동메달과 은메달을 차례로 따낸 그의 목표는 이제 금메달뿐이다. 박정윤도 "금·은·동 모두 따오겠다"며 웃어 보였다.

대한민국 박정윤-최용희가 30일 일본 오카자키 주오 소고 공원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합복식 인도와의 결승전 슛오프에서 마지막 화살이 9점을 기록하며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2026.09.29. 마지막 최용희의 점수가 9로 표시되자....아쉬움 드러내는 박정윤 정의선 양궁협회회장이 시상후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도 아쉽다!' /사진=강영조 camera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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