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 직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를 가장 앞세우면서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 KT 위즈를 '4강' 후보로 예상했다. 이어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SSG 랜더스가 5위 자리를 두고 혼전을 펼칠 것으로 점쳤다. 키움 히어로즈는 전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봤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달랐다. KT가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1위를 거머쥔 반면 LG는 4위로 처졌다. 삼성은 2위에 올라 그런대로 예상과 맞아 떨어졌으나 KIA가 3위를 차지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결국 1위와 3위 자리에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이유가 있다. 개막 전이면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이 아직 뚜껑을 열지 않았을 때다. 정규시즌 최종 순위를 살펴보면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외국인 선수가 한 해 농사의 절반 이상, 때로는 70%까지 차지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필자의 결론은 외국인 선수로 확실한 선발 투수 2명과 25개 이상의 홈런(기존 잠실구장 연고팀은 20개)을 때리는 타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팀이 5강에 들어갈 수 있다.
1위 KT의 경우 처음 뽑은 외국인 선발 투수 보쉴리와 사우어가 각각 7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로건을 6월, 대니엘을 8월에 발빠르게 영입해 손실을 최소화했다. 로건은 17경기에서 7승, 대니엘은 10경기에서 5승을 따냈다. 여기에 국내 투수인 고영표가 15승, 소형준이 10승을 올리면서 외국인 선발진의 교체를 보완했다.
외국인 타자로는 힐리어드가 무려 44개(2위)의 홈런에 139타점(1위)을 기록하며 놀라운 화력을 보여줬다. 또한 FA(프리 에이전트) 최원준과 김현수의 영입도 대성공을 거뒀다.
5강 후보에서 일약 3위로 뛰어오른 KIA도 마찬가지다. 네일과 올러가 올 시즌에도 각각 13승과 11승을 따내며 원투 펀치로서 제 몫을 해줬다. 타자 카스트로도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21홈런을 때렸다. 특히 복귀 후 7월부터는 16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여기에 김도영(45홈런)과 나성범(31홈런)이 특급 외국인 타자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5위 두산은 1선발 플렉센이 개막 2경기 만에 부상으로 이탈하며 큰 혼란을 맞았다. 대체 선수인 벤자민이 9승, 잭로그가 8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확실한 원투 펀치라 부르기에는 미흡했다. 타자 역시 카메론이 9홈런, 새로 데려온 세베리노도 7홈런에 그쳤다. 대신 최민석과 곽빈이 14승과 11승을 올리며 선발진을 이끌어 가까스로 5강에 턱걸이할 수 있었다.
반면 예상 외로 순위가 하락한 팀을 보자. LG는 타자 오스틴이 41홈런을 때리며 위력을 발휘했으나 외국인 투수들이 기대에 못미쳐 시즌 내내 애를 먹었다. 치리노스가 2승만 거둔 채 5월 말 팀을 떠났고 톨허스트는 12승 11패, 평균자책점 4.24로 성적이 들쑥날쑥했다. 리오스와 케네디는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기용했다. 8월에 합류한 카라스코가 11경기에서 6승을 따내며 분전했으나 팀의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준우승팀에서 9위로 떨어진 한화 역시 화이트가 부상 공백을 딛고 8승을 올리기는 했으나 에르난데스가 3승, 짐머맨은 무승에 그쳤다. 아시아 쿼터 왕옌청(11승)과 최고령 류현진(9승)이 에이스 노릇을 해야 했다. 타자 페라자도 20홈런 68타점으로 화력이 부족했다.
6~8위 SSG와 롯데, NC도 후반기에 합류한 아빌라(SSG·9승)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선수 중 압도적인 선발 투수나 25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타자가 없었다.
결국 각 팀은 이번 비시즌에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꾸리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외국인을 잘못 데려올 경우 교체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뿐 아니라 팀 성적에도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이제 아시아 쿼터까지 생겼으니 외국인 선수 영입에 더욱 중점을 두고 움직여야 한다. 올 시즌에도 분명하게 입증됐듯 그래야 내년 시즌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김인식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현 KBO 원로자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