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발롱도르를 품에 안은 해리 케인(33, 바이에른 뮌헨)이 이번에는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까지 받을 수 있을까. 잉글랜드 축구계의 전설들이 케인의 기사 작위 수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 역시 케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면서 '해리 경(Sir Harry)' 탄생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빌트'는 28일(한국시간) "황금공에 이어 이번에는 왕관인가. 케인의 발롱도르 수상 이후 잉글랜드 축구계의 전설들이 기사 작위 수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해리 경'이 탄생하는 것인가"라며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을 조명했다.
케인은 지난 26일 영국 런던 팔라디움 극장에서 열린 2026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남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레알 마드리드의 킬리안 음바페와 바르셀로나의 라민 야말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영예를 차지했다.
잉글랜드 선수의 발롱도르 수상은 무려 25년 만이다. 마지막 수상자는 2001년 리버풀에서 활약했던 마이클 오언이었다.
케인은 2025-2026시즌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통틀어 73골을 터뜨렸다. 바이에른 뮌헨의 분데스리가 우승과 국내 컵대회 정상 등극에 앞장섰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개인 기록도 압도적이었다.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4골을 기록하며 바이에른의 4강 진출에 기여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발롱도르까지 차지하자 영국에서는 케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빌트가 인용한 영국 '더 선'에 따르면 다수의 잉글랜드 축구계 인사들이 케인의 기사 작위 수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영국 방송인이자 축구 전문가인 크리스 카마라(68)는 "케인은 좋은 와인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발전하고 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기사 작위를 받을 선수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당장 주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던 게리 매벗(65)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해리 케인보다 기사 작위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라며 케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이자 토트넘에서도 활약했던 크리스 워들(65)은 더욱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워들은 "해리 케인보다 훨씬 적은 업적을 남기고도 기사 작위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잉글랜드 축구계의 전설들이 한목소리로 케인의 기사 작위 수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정부도 케인의 발롱도르 수상을 크게 반겼다.
영국 총리실인 다우닝가 10번지의 대변인은 케인의 기사 작위 수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해리 케인이 잉글랜드 축구에 엄청난 공헌을 했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수상은 케인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에도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기사 작위 수여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변인은 "언제나 그렇듯 서훈 절차에 앞서 결과를 예단하지는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케인의 업적을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기사 작위 수여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영국에서는 케인의 기사 작위 수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빌트에 따르면 영국의 베팅업체 베트페어는 케인이 새해 서훈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과 관련한 배당률을 조정했다. 현재 관련 배당은 1대 100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 기사 작위는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에 특별한 공헌을 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명예다.
기사 작위를 받은 영국 남성은 이름 앞에 '서(Sir)'라는 경칭을 붙일 수 있다. 케인이 기사 작위를 받는다면 '서 해리 케인'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현역 축구선수에게 기사 작위가 수여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빌트는 지금까지 현역 선수 신분으로 기사 작위를 받은 축구선수가 스탠리 매슈스뿐이라고 설명했다. 매슈스는 1956년 초대 발롱도르 수상자이기도 하다. 케인의 발롱도르 수상으로 다시 한번 이름이 거론되는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이다.
데이비드 베컴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베컴은 지난 2025년 11월 4일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13년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12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베컴은 오랜 선수 생활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활약했고,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기사 작위를 받기까지는 은퇴 이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케인 역시 이미 영국 왕실로부터 훈장을 받은 이력이 있다.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4강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인 2019년 대영제국훈장 5등급(MBE)을 받았다. 이번에 기사 작위까지 수여된다면 선수로서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 더 높아지는 셈이다.
물론 기사 작위가 특별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빌트는 기사 작위를 받는다고 해서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세금 감면을 받는 것은 아니며, 술집에서 맥주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명예와 '서'라는 경칭을 사용할 권리다.
케인은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고, 바이에른 뮌헨 이적 이후에는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무관의 아쉬움까지 털어냈다.
여기에 발롱도르 수상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까지 받게 됐다. 이제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는 케인이 현역 선수로서는 극히 드물게 기사 작위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직 영국 왕실의 공식 결정은 없다. 케인이 새해 서훈 명단에 포함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5년 만에 잉글랜드에 발롱도르를 안긴 케인을 향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발롱도르 수상으로 세계 축구의 정점에 오른 케인이다. 이제 영국 축구계의 관심은 그가 '해리 케인'이라는 이름 앞에 '서'라는 경칭까지 붙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