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중국의 야구 유망주들이 한자리에 모인 국제 교육리그.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국제 교육리그 구상이 3년째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울산광역시의 지속적인 관심과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지난달 3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막을 내린 '2026 울산-KBO 가을리그(Fall League)'는 KBO가 주최하고 울산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국제 교육리그다. 올해는 국내 8개 팀과 해외 4개 팀 등 총 12개 팀이 참가해 17일간 경쟁했다. 미국 독립리그 연합팀 롱비치 코스트가 우승했고, 개최 도시를 연고로 한 울산 웨일즈가 준우승했다.
대회가 3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는 데는 울산시의 역할이 컸다. 지난달 31일 울산 현장에서 만난 KBO 고위 관계자는 "전체 운영 예산이 약 9억 원 정도 되는데, 그중 절반가량은 KBO가 부담하고 울산시에서 약 5억 원 가까이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원은 올해에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2024년 첫 대회부터 울산시는 KBO와 함께 국제 교육리그의 개최를 뒷받침했다. 프로축구팀과 프로농구팀을 보유했으나, 사회인 야구팀만 약 200개에 달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갈망도 큰 도시가 울산이었다. KBO 고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울산시가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어 했고, 교육리그부터 시작하자는 취지로 울산시가 후원하겠다고 해서 시작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울산시가 여러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진정성을 보여줬다. 최초의 퓨처스리그 시민구단이 울산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울산시는 야구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NC 다이노스가 임시 홈구장을 찾아야 했을 때도 문수야구장을 제공하며 프로야구 일정 운영에 협조했다. 앞서 울산시는 17억 원을 들여 문수야구장의 인조 잔디와 외야 펜스 등을 정비하기도 했다.
야구 불모지에 싹을 틔우기 위한 울산시의 뚝심은 첫 프로야구팀 창단으로 이어졌다. 울산을 연고로 한 KBO 최초의 퓨처스리그 시민구단 울산 웨일즈가 창단 첫해부터 남부 리그 1위에 올랐고, 가을리그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했다. 울산시가 지원해 온 국제 교육리그에서 울산 시민들이 직접 응원할 수 있는 팀까지 생긴 것이다.
해외 선수단이 울산을 방문하면서 얻는 지역 홍보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울산의 관광 명소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허구연(75) KBO 총재는 "선수들이 SNS를 통해 한국에 와서 어디를 다녀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등을 알리고 있다"며 "울산을 비롯한 지역을 해외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를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KBO 고위 관계자는 "울산을 알리는 계기도 되고, 울산 야구인이나 여러 체육 활동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국제 교육리그뿐 아니라 사회인야구와 아마추어야구를 위해 KBO도 지원하고 대회를 개최하는 등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울산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지난달 3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가을리그 준결승에는 무료 관람 경기임에도 약 250명의 팬이 찾아와 선수들을 응원했다. 결승전에는 그 배에 달하는 관중이 찾아 울산에서의 마지막 야구를 즐겼다.
울산 남구 선암동에 거주하는 왕준성(49) 씨는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자동차로 10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지만, 주말마다 문수야구장으로 향했다.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왕 씨는 원래 롯데 자이언츠 팬이었지만, 올해 울산 웨일즈가 창단한 뒤부터 지역 연고 팀에도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왕준성 씨는 "처음에는 울산 팀이 생겼다는 호기심에 왔는데, 성적도 좋고 주변 시민들이 함께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주변 사람들을 야구장으로 이끌기도 했다. 왕 씨는 "지인들을 모임에서 한 번에 24명 정도 데리고 온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뒤로는 나 없이도 자기들끼리 경기를 보러 왔다.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왕 씨는 정규시즌이 끝난 뒤에도 국제 교육리그가 열리는 것을 반겼다. 그는 "울산은 사실 축구가 강한 도시이고 야구는 좀 뒷전이었다"며 "야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울산에서 꾸준히 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함께 경기장을 찾은 어린 팬들도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울산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좋아하는 선수로 포수 알렉스 홀, 최지만을 꼽은 왕시우-왕서우 자매는 "울산에 야구팀이 생겨 재미있다", "집 가까이에 야구장이 생기니까 정말 좋아요. 확실히 많이 오고 자주 보니까 이젠 울산이 제일 좋다"라고 답했다.
장원진(57) 울산 웨일즈 감독도 "시즌 때부터 와서 응원해 주던 꼬마 팬들이 가을리그에도 찾아왔다. 선수들에게도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KBO는 앞으로도 울산에서 국제 교육리그를 이어가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박근찬(53) KBO 사무총장은 "울산은 부산 기장군과 가까워 여러 구장을 활용할 수 있다. 10개 팀 이상이 참가하는 대회를 치르기 좋은 환경"이라며 "울산에서 계속 개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