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허미미(24·경북체육회)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붙는 유도 경기보다 한국시리즈(KS) 시구에 더 긴장했다.
허미미는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 시구자로 나섰다. 이날 애국가는 가수 홍이삭이 제창했다.
시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허미미는 "(유도) 경기보다 더 긴장했다. 너무 떨렸지만, 영광스러운 마음이 커서 정말 행복했다"고 웃었다. 이어 "야구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관심이 있었다. 이렇게 한국시리즈 시구까지 하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국제무대에서 수많은 결승전을 경험한 선수여도 야구장은 낯설었다. 허미미는 "유도와 야구는 완전히 다르지 않나. 야구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시구만 해도 이렇게 떨리는데 선수들은 얼마나 긴장될까 싶었다"고 말했다. 정작 자신의 시구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허미미는 한국 유도를 대표하는 스타다. 일본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한국 국가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을 선택했다.
특히 그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다. 한국 선수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집안 내력을 뒤늦게 알게 됐고, 이후 태극마크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도 갖게 됐다.
실력까지 세계 정상급이었다. 2024년 아부다비 세계유도선수권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같은 해 파리 올림픽에서는 여자 57㎏급 은메달과 혼성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유도의 새로운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에는 닿지 못했다. 당시 귀국 후 대구 군위에 있는 허석 선생의 기적비를 찾아 메달을 바치고 다음에는 금메달을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올해 지켰다. 허미미는 지난 10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테르비시 아리운자야(몽골)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가 일본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올린 순간이었다.
금메달을 딴 뒤에는 다시 독립운동가 선조를 기리는 곳을 찾았다. 허미미는 "금메달을 가져다드렸는데 올림픽 때 메달을 가져갔던 순간이 생각났다. 그때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가져갔지만, 이번에는 금메달을 가져갈 수 있어서 대회를 정말 잘 마무리한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음에는 올림픽 금메달을 무조건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올해를 끝으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경북체육회를 떠나 내년부터 남양주시청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다. 허미미는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기대도 많이 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이적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몸 상태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허미미는 양쪽 무릎 상태에 대한 질문에 "아직 검사를 받지 못했다. 검사를 받고 치료도 하면서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부상이 좀 많아서 겨울에는 치료와 재활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국제대회 출전이 많지 않아 세계랭킹 점수도 떨어졌다. 내년에는 국제대회에 조금씩 참가하면서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겠다"라며 "내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