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의 짜릿한 역전승을 이끈 주인공은 '에이스' 이선 알바노였다. 하지만 경기 후 이규섭 감독과 알바노가 나란히 극찬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베테랑 포워드 정효근(33)이었다. 단 2점을 넣었지만 승부처에서 보여준 헌신은 누구보다 빛났다.
이규섭 감독이 이끄는 DB는 지난 7일 원주 DB프로미아레나에서 열린 2026~2027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홈 맞대결에서 84-76으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DB는 7승 5패를 기록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리그 선두 삼성을 꺾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승리였다.
이날 DB는 3쿼터까지 59-67, 8점 차로 뒤져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4쿼터에서 삼성을 25-9로 압도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알바노가 있었다. 이날 알바노는 26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4쿼터에만 무려 13점을 몰아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알바노의 활약 못지않게 중요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정효근이었다. 정효근은 이날 11분 29초를 뛰며 2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만 놓고 보면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었다.
그러나 4쿼터에 보여준 존재감은 남달랐다. 정효근은 마지막 쿼터에서 6분 22초를 뛰며 리바운드 5개를 잡아냈다. 특히 이 중 3개가 공격 리바운드였다. DB가 승부를 뒤집는 데 큰 힘이 됐다.
실제로 4쿼터 종료 5분 20초를 남기고 정효근은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어 5분 4초를 남긴 상황에서는 공격 리바운드까지 챙겼다. 이는 레이션 해먼즈의 2점슛으로 이어졌고, DB는 70-71까지 따라붙었다.
정효근의 활약은 계속됐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이후 알바노가 역전 3점슛을 터뜨리면서 DB는 73-71로 승부를 뒤집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효근은 종료 2분 37초와 2분 24초를 남기고 연달아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여기에 알바노가 2점슛을 성공시키며 DB는 77-74로 달아났다. 결국 DB는 끝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홈에서 역전승을 따냈다.
경기 후 이규섭 감독도 정효근의 헌신을 높게 평가했다. 이 감독은 "4쿼터에 알바노가 힘을 냈지만, 결정적으로 정효근의 공격 리바운드 2개가 오늘 승리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정효근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감독은 "현재 외국인 선수 2명이 출전하는 규정 때문에 사실 4번(파워포워드) 포지션의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컨디션이나 경기 흐름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L은 2, 3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의 동시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빅맨과 포워드들은 출전 시간과 역할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효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시즌 정효근은 평균 25분 50초를 뛰며 9.5점 5.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반면 올 시즌에는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에서 평균 21분 30초를 소화하며 7.3점 3.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출전 시간과 공격에서의 비중이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정효근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사령탑도 이러한 부분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그럼에도 정효근이 마지막에 들어와 공격 리바운드 2개를 잡고 수비하는 장면은 저로서도, 팀으로서도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차 얘기하지만 지금 KBL의 흐름은 4쿼터에 승부가 난다. 끝까지 가면 한 번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이 감독은 알바노의 활약을 칭찬하면서도 동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알바노가 너무 잘해줬다. 하지만 그렇게 잘할 수 있었던 힘은 정효근의 공격 리바운드와 다른 선수들의 수비에 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바노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깔끔하게 이긴 것은 아니지만 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삼성을 상대로 이겼다. 그래서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역전승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알바노는 "정효근이 후반에 나와 정말 잘했다"면서 "전반에는 김보배가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이어 "다른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했다"며 "모든 국내 선수들이 코트에 나설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DB의 역전승은 알바노의 폭발적인 득점력에 동료들의 헌신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특히 정효근은 득점이 아니더라도 팀에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외국인 선수 2명 동시 출전으로 국내 포워드들의 역할이 달라진 상황에서도 승부처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단 2점에 그쳤지만 감독과 에이스가 나란히 박수를 보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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