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900이 위태로운 수준까지 또 밀렸다. 일본, 대만 등 여타 아시아 증시도 동반해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대형주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중소형주에 대한 매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일 오전 10시55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0.85% 내린 1910.16을 기록 중이다. 이날 1921.96(-0.23%)에 시초가를 형성한 코스피는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키우며 한 때 1903.37(-1.2%)까지 밀리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매도가 코스피 낙폭을 키우고 있다.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시장에서 950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코스피200지수선물 시장에서도 154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현물시장에서 1076억원을 순매도한 것도 지수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이 109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방어에는 역부족이다.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 17개 업종지수 중 현재 통신업지수가 강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 업종이 약세다. 이날 장중 9% 이상 하락한제일모직의 영향으로 섬유의복 업종지수가 5.7% 하락했고 철강, 건설, 전기가스, 물류, 유통, 화학, 금융 등 업종지수가 1% 이상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기민감 섹터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한국거래소(KRX)가 집계한 섹터지수 중 KRX 조선업지수가 2.22% 하락했다.현대중공업이 4% 이상 낙폭을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2% 안팎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SK가스,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화학·정유주도 2~5% 하락했다.
유로존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이탈 및 이로 인한 경기민감 섹터의 약세를 촉발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달러환산 유로화 가치가 1유로당 1.2달러를 밑도는 등 유로약세가 심화된 점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며 "유로화가 1.2달러를 밑돈 것은 유럽재정위기 우려가 불거진 2010년 6월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구제금융 졸업이 무산된 그리스는 3차례나 선거를 실시했음에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는 등 정정불안이 이어져 왔다. 이달 하순 예정된 총선에서 급진좌파를 주축으로 한 야당이 선출될 경우 EU(유럽연합)와의 구제금융 재협상, 국가채무상각 및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 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도 그리스 정정불안이 초래할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를 대변한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그랙시트는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에도 엄청난 혼란을 미칠 것"이라며 "그렉시트 충격은 단기적으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2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 경제지표의 흐름에 비례해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해온 만큼 그리스 정정불안으로 인한 유로존 우려 및 이를 대변하는 지표인 유로화 가치하락은 우리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가라앉았다더라도 러시아 등 신흥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1월 증시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시장에 노출돼 있는 신흥국 악재는 선진증시에 대한 불안감보다 상대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대형주에 비해 대외악재에 대한 노출도가 낮고 실적개선 기대감, 정책기대심리 등이 살아있는 중소형주에 대한 차별화 흐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데 반해 코스닥지수는 강한 반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코스닥은 전일 대비 0.77% 오른 558.02를 기록, 지난해 11월초 이후 2개월여만에 최고수준까지 올랐다.
코스피시장에서 상승종목 수(264개)가 하락종목 수(514개)의 약 절반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해 코스닥시장에서는 상승종목 수가 518개로 하락종목 수(446개)를 웃도는 모습도 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