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금융-LIG손보, 343억 두고 치킨게임

박준식 기자
2015.02.24 14:29

임영록 전 회장의 공과로 치부 내부선 인수 회의론…LIG 오너일가도 재매각 딜레마

KB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이 승인한LIG손해보험인수를 343억원의 가격차이로 인해 지연하고 있다.

24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LIG그룹 오너가 사이의 LIG손보 매매 가격협상은 설연휴 전후로 3차례에 걸친 연장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KB금융은 지난해 6월 LIG손보 지분 19.47%를 685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지만 최근 이뤄진 가격조정안에서 10%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LIG손보 미국법인의 지난해 손실이 당초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내세워 할인을 요구하는 것이다.

LIG손보 오너일가는 이에 대해 주식매매계약서에 정한대로 5% 한도의 손해배상 예정한도를 고수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KB금융이 이미 구속력 있는 계약을 맺었고 그 약속 내에서 실사를 확실히 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니 손해배상 예정 내에서는 할인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당초 합의했던 685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KB금융은 6165억원을 내겠다는 것이고, LIG손보 오너일가는 6507억원을 받겠다는 주장이다. 둘 사이의 가격차는 최대 343억원에 불과하다.

KB금융은 LIG손보를 인수하기 위해 당초 경쟁적인 인수전이 진행될 당시에 5000억원대로 예상했던 가격을 두세 번 더 올려 6850억원을 적어내 승자가 됐다. 당시 인수전은 전임 임영록 회장과 윤웅원 전 부사장이 총괄했다. 당시 사내 안팎에서 퇴진 압력을 받던 임 전 회장은 LIG손보 인수로 재임의 명분을 얻으려했다는 분석을 얻었다.

하지만 임 전 회장의 퇴진 이후 수장에 오른 윤종규 회장은 입장이 다르다. KB금융 노동조합 사이에서 고가인수 논란이 나오고 금융당국도 이사회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기 전까지 승인을 미루자 KB금융이 반드시 LIG손보를 인수해야 하느냐는 회의론을 갖기 시작했다. 당국이 어렵게 승인을 내자 이번에는 LIG손보 미국법인의 회계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1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가 불거진 것이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를 지연해 100억원이 넘는 지연이자를 물게 됐고 거래가 깨질 경우 600억원대 계약금을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300억원대 가격차를 이유로 타협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다.

LIG손보 오너일가에게도 상황적인 딜레마는 있다. KB금융이 지난해 6월 당시 주가의 100% 프리미엄을 주고 우선협상자가 돼 매각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협상 파트너인 임영록 전 회장이 돌연 퇴진하고 당국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6000억원의 잔금을 받지 못했다. KB금융이 이후 계약상의 할인 이상을 원하고 있으니 사실 상대방의 책임을 물어 법리적으로 약속을 파기하고 앞으로 납부해야 할 계약금을 몰취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거래가 반년 이상 지연되는 도중에 미국법인의 부실이 터졌다. 때문에 KB금융을 배제하고 재매각을 시도한다고 해도 6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거래 관계자는 "KB와 LIG 양측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사실상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거래가 실무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지연되면서 LIG손보의 금융 고객들과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늘고 있어 인수승인을 내준 금융당국마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