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가 금융위원회에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업계 출신 사외이사 선임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인데, 금투협은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증권사들을 규합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6일 관련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한국증권금융의 사외이사 선임 방안을 마련해 금융위와 한국증권금융에 제안했다. 금투협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되 증권사 전 현직 대표나 금투협 임원 등을 후보로 넣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어도 사외이사 1명에 대한 선임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증권금융은 주식투자자 예탁금을 보관하고 증권업계에 주식인수 자금을 공급하는 회사다. 증권업계 유일한 금융기관이고 최대주주가 증권사들인데도 2009년 이후 단 1명의 증권업계 출신 사외이사 없이 관피아, 정피아 인사들로 채워 비판을 받아왔다.
3월 현재 증권금융 사외이사는 국세청 출신인 임향순 현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소통분과위원장과 대통령 경제수석을 역임한 김영섭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뉴라이트계열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 조동근 공동대표(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돼있다. 모두 증권업계와는 무관한 인사들이다.
현재 증권금융 주주구성을 보면 증권업계(증권사들)가 34.8%, 증권 유관기관이 1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증권사와 증권 유관기관이 최대주주인 셈이다. 단일 최대주주도 11.345%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거래소다. 게다가 한국거래소의 최대주주는 증권사들이다. 거래소 지분까지 감안하면 증권업계 지분은 48%가 넘는다.
앞서 금투협은 박종수 전임 회장시절에도 업계출신 사외이사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영기 회장은 최근 증권사 대표들과 미팅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달받고 구체적 사외이사 선임 방안을 마련해왔으며 최근 이를 당국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기 회장은 2000년 삼성증권 사장시절 증권금융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증권금융의 업계내 위상과 역할을 감안할 때 업계의 의견을 전달할 소통채널로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증권사들과 함께 정기주총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금융은 공기업이 아닌 상법상 주식회사인데 자본시장법상 증권금융업무를 독점하는 준 공공기관으로 금융위의 통제를 받는다. 금투협이 금융위에 사외이사 선임을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금투협의 제안을 받은 게 사실이며 관련 부서들이 이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