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가 보유한 자동화설비업체 에스아이티를 인수하기로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8월15일 광복절 특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사실상 경영에 복귀해 사세를 늘리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22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스카이레이크와 에스아이티 매매협상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인수 건을 승인하기로 했다. 자동화설비업체인 에스아이티 인수는 당초 한화S&C가 주체를 맡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배구조 정리 등의 문제로 계획이 변경돼 ㈜한화나 한화에너지 등이 대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2003년~2006년)이 이끄는 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는 2년 반 전인 2013년 3월에 에스아이티 경영권 지분 92%를 약 900억원에 인수했다. 우리사주조합 등이 보유한 8%를 제외한 나머지를 창업주로부터 전량 인수해 경영권 지분을 차지했다.
에스아이티는 2012년에 605억원의 매출액과 1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는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된 이후 지난해 803억원의 매출액과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실적이 2년 만에 각각 32%, 25% 증가했다.
2001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삼성그룹의 반도체와 LCD(액정디스플레이) 제조시설을 제어하는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성장했다. 지금은 자동항법운전이 가능한 유틸리티 관제시스템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 공장 자동화 사업은 물류와 수처리, 자동차 프레스와 도장 및 의장라인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스카이레이크는 2013년에 에스아이티를 인수하면서 자체 블라인드 펀드 자금 300억원과 교직원공제회의 프로젝트 펀드자금 600억원을 더해 보통주 바이아웃(경영권 매매)을 실행했다. 확실히 수익이 나는 투자라는 점을 설득해 보수적인 공제회의 대담한 투자를 이끌어냈다. 교직원공제회는 자금을 투자하면서 풋옵션이나 콜옵션, 동반매각권(드래그얼롱)을 부여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1300억원 안팎의 가격에 에스아이티 인수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카이레이크는 바이아웃 매매를 진행하면서 금융차입을 쓰지 않는 전략으로도 2년 반 만에 40%대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아이티 인수전에는 한화그룹 이외에도 경동도시가스와 귀뚜라미 등이 참여했지만 경쟁에서 밀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에 배임혐의에 관한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아 12월부터 경영의 중요사안을 결정하고 있다. 김 회장 복귀 후 한화는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꺼번에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갤러리아가 치열했던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도 승리해 그룹의 역량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아이티 인수는 최근 인수한 삼성4개사와 한화케미칼, 한화L&C 등 주요 제조부문의 자동화 시스템을 보강할 효율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