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런던. 잔류를 주장하다 탈퇴파로 추정되는 50대에게 피습돼 사망한 노동당 콕스 의원의 추모공간이 마련된 런던의 국회의사당 앞에는 여전히 꽃이 놓여 있다.
# 21일(현지시간) 웸블리아레나에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그의 후임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 등 6명의 인사가 브렉시트 찬반 토론회에서 열변을 토했다. 영국의 차기 권력으로 꼽히는 전·현직 런던시장이 찬반 양편에 서서 핏대를 올린 것이다.
# 런던 도시 중심가에서는 플래카드나 깃발이 나부끼지만 무심한 듯 젊은이들은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걸어간다. 때로는 주먹을 움켜쥐거나 소리치기도 한다.
"그냥 보기엔 '브렉시트'보단 '유로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유학중인 석란씨(31·여)가 브렉시트 찬반투표를 하루 앞둔 22일 전한 현지 분위기다. 그는 "주로 젊은 친구들은 축구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선거 직전이라 그런지 브렉시트 이슈를 꺼내는 것을 피곤해 하는 현지인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이 밀집한 런던브리지 인근 펍(Public House)에선 퇴근 후 삼삼오오 몰려든 직장인들이 최근 신관을 개관한 영국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이나 '유로2016' 경기 등을 중심으로 얘기를 나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영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많은 유럽인은 최근 브렉시트 이슈로 마음이 편치 않다. 런던에서 대학을 졸업할 예정인 조지아 살바티코씨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직장을 다니기로 한 그는 "브렉시트 두려움 때문에 영국에서 직장을 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런던에서 일하는 많은 이탈리아인이 그동안 유럽연합(EU)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누려온 혜택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20대 회사원인 다니엘 브라이트씨도 "유럽 다른 국가에서 일할 때 비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며 "유럽 내에서 이동의 자유가 없다는 것은 영국 내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유학중인 EU 회원국 학생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영국 학생들과 같은 조건으로 내던 대학등록금이 비싸질 수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런던정경대(LSE)는 브렉시트 찬반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에도 EU 회원국 학생들에게 할인된 학비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런던 시민들도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불안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인 그램 어윈씨는 "월급 외에 주식투자 수익으로 살고 있는 입장에서 브렉시트가 되면 월수입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주택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고실업·고물가·저임금 구조로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제레미 올슨씨도 "많은 기업이 떠나게 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선거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니퍼 잭슨 프리스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탈퇴 관련 트윗이 잔류보다 2대1로 앞선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12개의 주요 브렉시트 관련 해시태그(#)를 기반으로 수집한 2만개 데이터 트윗 중 100개 트윗을 무작위로 샘플링한 것이다. 석란씨는 "지난 16일 노동당 소속 조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이민문제로 부각되던 탈퇴 여론이 잠잠해지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현지 언론도 탈퇴시 가져올 경제적 불이익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TV에서는 캐머런 총리, 존슨 전 런던시장과 칸 현 시장 등이 번갈아 등장한다. 무심한 듯 보이는 젊은이들과 찬성론에 이끌리는 중년층 블루칼라 등 모두를 향해서다. 브렉시트 찬성론의 선봉에 서 있는 존슨 전 시장은 EU 잔류에 반대한다며 "23일 투표에서 브렉시트가 확정된다면, 그날은 우리나라의 독립기념일이 될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무슬림으로 최근 런던시장에 당선된 칸 런던시장은 브렉시트 반대편에서 "만약 EU에 남길 택한다면 여러분의 직업 안정성은 더욱 높아지고, 물가도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현실론을 펼쳤다. EU와 영국의 운명을 가를 투표 개시시간을 향해 시계의 분침과 시침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