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주장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는 형국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한 말이다.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피해 커지고 있는데도 당국이 정작 개선방안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우려해 공매도 공시제도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제외했다는 얘기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개선안은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게 골자다. 공매도 비중과 비중 증가율, 주가 하락률 기준을 낮춰 좀 더 쉽게 과열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6월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 11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신설 등에 이은 세 번째 공매도 대책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외국인이 공매도를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핵심 대책이 빠져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표적인 게 공매도 공시제도 강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공시제도를 강화해 공매도를 주도하는 외국인의 정확한 실체 등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들이 공매도를 미공개정보 등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활용해 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외국인의 실체가 공개되면 금융당국이 외국인 공매도 세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 시장의 전체 공매도 금액 중 외국인 비중은 72.12%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 비중이 82%로 더 높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공매도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외국계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의 공매도 실체가 공개된 사례가 한 차례도 없다.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공매도 거래를 하면 해당 증권사만 공시하면 돼 공매도 세력의 정확한 실체와 보유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외국계 공매도 세력들이 공시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실체를 숨기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외국인 공매도 세력에 대한 규제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의 공매도 규제가 전체 투자자 보호보다는 외국인 보호로 흐르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