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국거래소는 초단타 매매로 차익을 올린 메릴린치 증권 서울지점에 1억7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메릴린치는 미국 시타델증권으로부터 허수성 주문을 수탁해 시장 감시규정을 위반했다. 거래규모는 약 80조원에 달하고, 시타델증권은 약 2200억원대의 차익을 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고리즘 거래를 통한 시타델의 허수성 주문은 시장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메릴린치가 매수 창구에 뜨자마자 뛰는 호가는 개인투자자들을 홀렸고, 그사이 AI(인공지능) 펀드 자금은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 팔며 시장을 휩쓸었다.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 몫이었다.
메릴린치의 알고리즘 거래가 시장을 헤집을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을 호재로 인식하고 추종매매를 하는 투자풍토 탓이다. 외국인에 좌우되는 씁쓸한 한국 증시의 민낯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현재(7월19일 기준)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은 583일이었고 이중 69%에 달하는 402일간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은 같은 기간 76% 확률로 주가가 올랐다.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이 대외변수인 것,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한 것도 외국인이 시장을 좌우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증시 안전판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증시의 외국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펀드 가입을 유도해 국내 수요를 탄탄히 하는 것이 먼저다. 소득공제 등 과감한 세제혜택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2014년 소득공제 장기펀드와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가 있었지만 대부분 '용두사미'였다.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해 화제가 됐지만, 나중에 이자에 20%의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실망감을 안겼다. 코스닥벤처펀드도 대부분 IPO(기업공개) 시장에 자금이 몰려 코스닥시장 활성화라는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과거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주식형펀드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 간접투자수요만이 잃어버린 국내 증시 주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