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약세로 마감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실무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중국이 미국이 요구해온 지적재산권 법규 개정을 거부하고, 산업정책 등 일부 의제를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에 '빅딜(전면합의)'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였다.
◇미중 실무협상 돌입…"中, 산업정책 협상 거부"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5.70포인트(0.36%) 내린 2만6478.0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3.22포인트(0.45%) 하락한 2938.7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6.18포인트(0.33%) 빠진 7956.29에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국 차관급 대표단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소재 USTR(미 무역대표부) 청사에서 실무 무역협상을 벌였다. 미국측은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 중국측은 랴오민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이 각각 실무협상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악관은 오는 10일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양국은 지난 몇 주간 진행된 차관급 협상을 토대로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서비스, 비관세 장벽, 농업 등의 의제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미국 경제방송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중국 상무부가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법규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자국의 산업정책 개혁과 보조금 지급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거부키로 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규제 장벽 등 불공정한 무역관행 철폐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탈취 중단 등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핵심 요구로 내걸어왔다.
중국이 자국에게 불리한 의제들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려 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을 이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미 하원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했다. 탄핵의 칼자루를 쥔 상원에서도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중 무역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더라도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빅딜'이 아닌 '스몰딜(부분합의)'에 머물 공산이 커졌다.
만약 미중 양국이 스몰딜에 도달한다면 사실상 농산물 수입과 관세 유예를 주고받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를 늘리는 대신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철회하는 방식이다.
한편 미국은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을 펴며 시장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뭔가 하고 싶어 한다"며 "중국과 무역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같은 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주 미중 무역협상에서 깜짝 놀랄 좋은 소식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일부 상품을 추가로 구매했다"며 "적은 양이지만 좋은 징조"라고 덧붙였다.
랜덴버그탈만자산운용의 필 블랑카토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협상에서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거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긍정적인 대화가 오가는 것 자체가 증시 상승의 촉매는 될 수 있다"고 했다.
◇유럽증시, '골디락스' 미국 일자리에 랠리
앞서 마감한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랠리를 펼쳤다. 경기침체를 걱정할 정도로 나쁘지도, 금리인하 기대를 꺾을 만큼 좋지도 않은 적당한 미국의 일자리 지표 덕이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 거래일보다 2.69포인트(0.71%) 오른 382.91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는 84.62포인트(0.70%) 뛴 1만2097.43, 프랑스 CAC40 지수는 33.29포인트(0.61%) 상승한 5521.61을 기록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장 대비 42.50포인트(0.59%) 높은 7197.88로 마감했다.
지난 4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실업률은 3.5%로, 전월(3.7%)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로, 전문가들이 예상한 3.7%를 크게 밑돌았다.
그러나 취업자 수 증가세는 다소 부진했다. 같은 달 미국의 비농업 취업자 수는 13만6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월의 16만8000명보다 크게 줄어든 증가폭으로, 시장 전망치인 15만명에 못 미쳤다.
스튜어트 프랜켈의 스티브 그라쏘 이사는 "이번 고용지표는 '골디락스'(Goldilocks) 수치"라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입장에선 추가로 금리를 내릴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뜻한다.
국제유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기대와 불안감이 엇갈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센트(0.1%) 내린 52.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1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저녁 8시48분 현재 14센트(0.2%) 상승한 58.51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강세였다. 이날 오후 4시54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18% 오른 98.99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내렸다. 같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은 전장 대비 14.20달러(0.94%) 하락한 1498.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