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국민들에게 현금을 쥐어주는 '헬리콥터 머니'도 소용없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또 다시 폭락했다. 열흘새 4번째 '서킷브레이커'(일시매매정지)가 발동된 끝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만선마저 붕괴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338.46포인트(6.30%) 급락한 1만9898.92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2만선 아래로 떨어진 건 2017년 2월 이후 3년여만이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131.09포인트(5.18%) 하락한 2398.10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고점 이후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오후 12시56분쯤엔 S&P 500 지수가 7% 이상 급락하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고 15분간 거래를 정지시켰다. 뉴욕증시에선 지난 9일과 12일, 16일에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44.94포인트(4.70%) 내린 6989.84를 기록했다.
유럽증시도 급락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은 전날보다 11.41포인트(3.92%) 떨어진 279.66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과 프랑스 증시 모두 5% 이상 하락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주식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있다.
더블라인캐피탈의 제프리 군드라시 CEO(최고경영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를 맞을 가능성은 90%"라며 "경기침체를 피할 것이란 기대는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국민 현금 살포 계획도 주식 투매를 막진 못했다. 이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민들이 연방정부로부터 받게 될 수표의 금액이 당초 알려진 1인당 1000달러(약 120만원)의 2배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추진 중인 최대 1조달러(약 1200조원) 이상 규모의 '슈퍼 경기부양'의 일환이다.
WP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미국인들에게 1인당 약 1000달러짜리 수표를 다음달 6일과 5월18일 두 차례에 걸쳐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급 규모는 개인별 소득수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국민 1인당 지급액이 1000달러에 달할 것이란 보도에 대해 "그것보다 조금 더 클 수도 있다"며 "백만장자들에게까지 수표를 보낼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와 WP의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 의회에 최소 8500억달러, 최대 1조달러 이상 규모의 경제부양책 패키지 승인을 요청했다.
패키지에는 △현금 지원 및 세금 감면 5000억∼5500억달러 △소규모 사업체 지원 2000억∼3000억달러 △항공 산업 구제 500억∼1000억달러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총 3000억달러(약 360조원)에 달하는 개인과 기업의 세금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개인은 최대 100만달러(약 12억원), 기업은 1000만달러(약 120억원)까지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게 된다.
이번 부양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유급 병가 지원 등을 위해 추진하는 1000억달러 규모의 패키지와는 별개다. 이 패키지 법안은 이날 상원을 통과해 백악관으로 넘어갔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거치면 발효된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이날 458억달러(약 57조원) 규모의 추가 긴급예산도 별도로 미 의회에 요청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전날 밤 의원들에게 보낸 118쪽 분량의 요청서에 첨부한 서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확산함에 따라 자원 수요도 증가했다"며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백악관은 "미 행정부가 달성한 전례 없는 조치로 기관들이 예상치 못한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며 "완전한 운영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예산은 보건복지부와 보훈부, 국방부 등에 지급될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우리는 의회와 보다 광범위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슈퍼 경기부양책에 긴급예산 요청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유가는 20%대 폭락세를 보이며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원유 수요 급감 속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이 기름값 붕괴를 몰고왔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58달러(24.4%) 급락한 20.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역사상 3번째로 큰 하락률로, 이날 종가는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8시50분 현재 2.68달러(9.3%) 떨어진 26.0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내렸다. 이날 오후 3시51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32.20달러(2.11%) 하락한 1493.6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강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1.49% 오른 101.0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