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래소, 내달 15일 ESG채권 종합정보센터 오픈

황국상 기자
2020.05.26 15:03

ESG 채권시장 활성화 일환, 전 세계 25번째... 국내 287개 47조9000억 상당 채권 관련 종합정보센터로 출범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친환경 사업 등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쓰이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채권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합 정보센터가 국내에 처음으로 개설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내달 15일 ESG 채권 전용 세그먼트를 개설한다. 기존에도 거래소에는 상장 채권시장에 올라와 있는 각종 회사채 등의 종목정보를 제공해 왔지만 ESG 채권과 관련한 정보를 따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현재 거래소 코스피 채권시장에 상장된 ESG 채권은 올 3월말 기준으로 18개사의 287개 종목에 달하며 상장잔액은 47조9000억원에 이르는데 이들 개개 종목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종목별 코드번호를 찾아서 일일이 관련 정보를 확인해야만 했다.

ESG 채권이란 신재생에너지나 친환경 건물,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등 지속가능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을 이른다. 일반 운영자금 용도에 충당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반 회사채와 다르다. 각국마다 다르지만 ESG 채권은 일반 회사채에 비해 발행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기업 입장에서도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 ESG 채권 등 친환경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제각각 발행하는 채권이 '진짜 ESG 채권'인지를 확인하려면 어려움이 많았다. 소위 '그린 워싱', 즉 친환경 기업인 척하고 조달금리만 낮추려는 행위나 친환경 투자자인 척 행세하고 세제 혜택만 받아 챙기는 '체리피킹' 행위가 만연할 경우 ESG 금융의 정착은 요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에 처음으로 ESG 채권 전용 정보센터가 개설된 후 24개국이 ESG 채권과 관련한 전용 세그먼트를 만들었다. 일종의 ESG 채권과 관련한 전용 종합 정보센터인 것이다. 이 전용 세그먼트에서는 발행사가 ESG와 관련이 있는 적격 프로젝트를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 등 ESG 채권 인증과 관련한 내용에서부터 실제 ESG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당초 공개한 프로젝트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진행 상황이 올라온다.

내달 15일 국내에서 ESG 전용 세그먼트가 만들어지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25번째로 ESG 전용 세그먼트를 개설한 나라가 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13년 2월 한국수출입은행이 5억달러 규모의 ESG 채권을 처음 발행한 이후 2016년 3월에는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현대캐피탈이 5억달러어치를 발행한 바 있다. 2018년에는 산업은행이 원화 녹색채권을 처음 발행했었다.

거래소도 ESG 전용 세그먼트를 개설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지난해 12월 '사회책임투자책원 전용 세그먼트 운영지침'을 신설해 근거 조항을 만든 바 있다. ESG 전용 세그먼트에 등록될 수 있는 채권은 국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채권 중 ICMA(국제자본시장협회)의 '녹색채권 원칙', CBI(국제기후채권기구)의 '기후채권기준'을 통과한 것이어야 한다.

상장될 채권의 종류는 '녹색채권'(친환경 프로젝트 등에 투자되는 채권) '사회적채권'(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되는 채권) '지속가능채권'(친환경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투자되는 채권' 등 3개 종류가 된다. 거래소는 발행사가 ESG 전용 세그먼트 등록을 원하는 데다 해당 채권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 ESG 채권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곧바로 이 세그먼트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 발행사는 자사가 발행한 채권이 ESG 채권이라는 점을 일일이 설명하고 다녀야만 했고 투자자도 ESG 채권인지 여부를 일일이 별도로 조사해야 하는 등 ESG 채권을 거래하기 위한 정보비용이 컸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 거래소가 종합 정보센터를 만들어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의 편의를 높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한국 실정에 맞는 녹색채권 기준 및 녹색 프로젝트 분류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싱가포르와 일본처럼 국내 기업의 원화녹색채권 발행비용 지원을 통해 녹색채권 발행 활성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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