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불공정거래, 당국의 '조사'와 민간의 '수사' 사이

박재범 증권부장
2021.08.30 04:25

#2019년 개봉한 영화 '돈'은 주식시장의 작전을 다룬다. 작전 설계자의 지시를 받는 증권사 직원(브로커)의 불공정거래, 범죄에 대한 회의, 반전 등을 담은 오락영화엔 어김없이 정의의 사도가 존재한다.

'사냥개'라는 별명을 가진 금융감독원 조사1국 수석검사역은 검찰과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고 작전 설계자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악을 심판하는 정의는 언제나 멋지다. 화장실에서 주인공을 만나 가하는 우회적 협박도 하나의 기술로 보인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양념, '영화적 허용'에 정색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금감원을 금융검찰·금융경찰로 인식하려는 오류가 당연시되는 데 대한 거부감은 어쩔 수 없다. 민간조직인 금감원 직원이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울 권한이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 첫 국무회의. 대통령은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한다.

뜬금포였던 대통령의 첫 지시에 뒤집힌 금융당국은 한달만에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당시 금융당국 직원을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 지정하는 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큰 걸림돌이 존재했다. 특사경 제도가 특정 행정분야에 한해 행정공무원에게 고발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자조단)에 파견된 금감원 직원에 한해 특사경 지명을 추진하는 선에서 정리된다. 이후 2015년 사법경찰법을 바꿔 금감원 직원도 특사경 대상에 포함되지만 실제 도입된 것은 2019년 7월이다.

행정조직인 검찰이나 금융위(자조단)가 아닌, 민간조직인 금감원 본원 내 특사경이 허용돼 별도 조직이 신설된다. 서울 남부지검에 근무하는 특사경과도 별개다. 사실상 첫 민간 수사조직의 출발이었다. 2년 뒤 성과와 한계를 점검해 보완방안을 만들겠다는 말과 함께.

#2년이 지난 2021년 여름, 민간 수사조직은 보완이 아닌 확대를 꿈꾼다. 나쁜 짓을 때려잡겠다는 명분은 언제나 좋은 위치를 선점한다. 특사경의 특별할 것도 없는 성과를 홍보하며 여론전도 전개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도 내심 경찰보다 특사경을 원한다. 전문가가 그래도 낫지 않겠냐는 말이 먹힌다. 이해관계에 따라 탄생한 민간 수사조직은 그렇게 영역을 넓힌다.

이 과정에서 조사와 수사, 사법과 행정 등은 뒤섞인다. 자본시장법은 행정조사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불공정거래의 경우 민감한 시장을 상대로 신중히 조사한 뒤 한 판단을 거쳐 수사 등의 절차를 꾀하는데 금감원 특사경은 이를 왜곡한다.

'거래소 심리→금융위 자조단(금감원) 조사 → 증권선물위원회 →검찰 고발'의 단계가 '거래소 심리→금감원 조사·금융위 자조단 조사 → 증권선물위원회 → 금감원 특사경'이 된다. 그 그림이라면 금감원은 애초 조사보다 수사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그 유혹은 강하다.

#엄격한 관리 통제 방안을 만들면 된다지만 수사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은 외면한다. 무엇보다 민간인에 대한 사법경찰권 부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선장, 항공기 기장·승무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임직원에 한정돼 있다. 국립공원공단 직원의 경우도 특정 경범죄에 국한된다. 간혹 행정기관 공무원이 "저희에겐 수사할 권한이 없다"라고 내놓는 변명이 수사 권한을 줘야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조사 업무를 하다가 센 권한이 필요해서 한 발 더 들어가는 게 수사권인데 그 이상의 것이 훼손된다.

예컨대 금감원 직원의 경우 본업인 조사 업무가 아닌 특사경 업무를 할 때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게 민간 수사조직 확대를 뜻하진 않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의 출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의 역할 정도면 충분하다. 수사와 조사는 이렇게 배치되는 게 간단, 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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