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8년 후에도 우리는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황국상 기자
2021.10.19 03: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위원회(안)을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시나리오 초안에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 발전 및 원료와 연료의 전환을 고려한 1안, 1안에 화석 연료를 줄이고 생활 양식 변화를 통해서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는 2안, 화석 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 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하는 등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3안 등 총 세 가지 제시했다. 2021.8.5/뉴스1

이달 중 탄소중립 시나리오 확정안이 나온다. 8월 초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화두를 던진지 약 3개월만이다.

발전(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대비 83~100%나 줄어야 한다.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등 우리 경제의 축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적게는 38%, 많게는 90%에 이르는 배출량이 줄어야 한다.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이후 최대규모의 국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합의된 파리협약상 온실가스 감축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이행하지 않으면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서 그만큼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었다.

우리 정부는 한 수를 더 뒀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기록한 시점 대비 40%나 줄이겠다는 내용의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이달 내놓은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에너지 사용량과 비례한다. 불과 8년 후에, 지금의 4년 전 대비 에너지를 40% 덜 쓰는 경제체제로 이행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개별 기업이나 산업에만 숙제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당장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고 전자레인지로 간편식을 데워먹으며 여행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일반 국민들 모두에게까지 숙제가 부과된다. 과연 우리는 이같은 변화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을까.

수십억년 후 태양이 부풀어 올라 지구가 태양에 흡수돼 버린다는 얘기는 당장 와닿지 않는다. '2050년까지의 넷제로 달성'이라는화두 역시 그간 태양의 지구흡수 시나리오처럼 먼 미래의 얘기처럼 받아들여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바로 옆 나라, 중국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인위적 조정이 경제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대기환경 개선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목표를 이행한다는 이유에서 중국 당국은 대규모 전력제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 31개 성(省) 중 무려 20개 이상의 성에서 전력 공급이 제한됐다. 공장들이 가동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거나 조업시간을 대폭 줄이는 상황에 내몰렸다.

철강, 석유화학, 비철금속, 건자재, 조선, 운송 등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 왔던 주요 산업군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추자 글로벌 주요 산업의 공급망까지 뒤흔들렸다.

아직 국내에서는 중국 전력난의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기업이나 산업이 무엇인지 분석하거나 중국발 공급망 대란이 어떻게 진정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중국과 같은 대규모 혼란이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과 달리 우리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중국에서와 같은 대규모 전력난이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8년 후 나와 당신, 우리는 4년전보다 40% 더 적은 에너지를 쓰고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새 시스템으로의 이행을 위한 대규모 재원조달과 비용 분담에 대한 합의를 당장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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