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서장의 80% 이상을 교체한 정은보 금감원장은 올 들어 대외 메시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모펀드 해외투자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 "물적분할 제도 개선 " "스톡옵션 제도 손질" "핀테크 육성법 제정"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향 검토 어렵다" 등이 모두 정 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여야 대권 후보의 주요 공약도 있고,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처럼 사회 현안에 대한 즉답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심 불편하다. 금감원장이 할 수 없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감원장이 혼자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금융당국이 '협의' 정도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법 개정이나 제정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제도 개선 일부 사항은 금감원이 직접 할 수 있는 영역도 있지만 대부분은 금융위에 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위원장이 아닌 금감원장이 언론에 '단언' 하는 상황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는 금융위의 오랜 '선배'다 보니 짐짓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실무진은 손발이 맞지 않아 불만이 쌓여간다. 금감원이 행동에 '버퍼링'이 있다. 1월 한 달, 대대적인 부서장 인사에 이어 팀장단 인사가 길어지면서 원내가 뒤숭숭했다. 바뀐 부서장들이 적응하는동안 '마음 떠난' 팀장들도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리 만무했다. 쌓인 일들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작년부터 금감원에 맡겨진 현대자동차 임원들의 '애플카 매도' 사건도, '뮤직카우' 도, K-뱅크 등 핀테크 업체들의 종합검사 진행사항도 감감무소식이었다. 2월 초부터 예정됐던 가상자산거래소 종합검사가 한 달여 더디게 시작하는 것도 이때문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여야 대권주자들이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원을 200명에서 최대 500명까지 늘려준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며 금감원에 힘을 더해주는 모양새다. 같은 시기, 여의도 정치권에선 기획재정부 해체론과 맞물려 금융위도 존폐론(?)이 심심찮게 언급된다. 이미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오기형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윤창현 의원이 현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올 들어 금감원의 발언권이 세 지고 있는 배경에 이같은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초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을 방문해 "우리는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개인적으로는 7년 만의 방문"이라고 했다. 정 원장은 "혼연일체가 됩시다"라고 화답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금감원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들리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