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최근 기술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주를 쓸어 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주는 서학개미들의 기대와 달리 급락하고 있어 단기 손실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2.22% 떨어지며 2일째 2%대 하락세를 이어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이날 나스닥지수와 비슷한 2.32% 떨어졌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 4.53% 급락해 2.26% 떨어진 나스닥지수보다 낙폭이 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결제 기준으로 지난 3월31일부터 4월6일까지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3개 종목은 모두 반도체주였다.
이는 결제일 3거래일 전인 지난 3월28일부터 4월1일까지 일주일간 매매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상장지수펀드)였다.
종목코드가 SOXL인 이 ETF는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한다. 반도체주가 오르면 3배 수익을 얻지만 떨어지면 3배 손실이 난다.
서학개미는 지난주 5일간 SOXL을 7089만달러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SOXL은 13.62% 떨어졌다.
반도체주는 지난 1일 이후로도 약세를 이어가 이날(6일)까지 8거래일간 하락률은 27.37%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9.4% 떨어졌다.(ICE 반도체지수의 과거 데이터를 찾기 어려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로 대체)
지난주 서학개미 순매수 2, 3위 종목도 반도체주인 AMD와 엔비디아였다. AMD는 2685만달러, 엔비디아는 2444만달러 순매수했다.
AMD와 엔비디아는 최근 반도체주 중에서도 유독 낙폭이 심했다. 지난주 AMD는 9.59% 떨어졌고 이날까지 8거래일 동안은 13.37%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3월28일부터 4월1일까지는 3.53% 떨어지며 4.5% 하락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보다 아웃퍼폼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8거래일간 낙폭은 11.86%로 커지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9.4%)보다 더 떨어졌다. 이는 엔비디아가 이날 5.88% 급락한 영향이 크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5거래일간 0.64% 올랐고 3월28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간 하락률도 2% 그쳐 반도체주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반도체주는 최근 왜 전반적인 기술주보다 더 하락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의 공격적인 긴축이 성장주에 더 큰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연준에서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을 시작하겠다는 신호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연준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는 지난 5일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연설에서 "이르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부터 대차대조표를 빠르게 축소하기 시작하고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긴축정책을 체계적으로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연준의 지난 3월 FOMC 회의록은 다음달부터 매월 950억달러씩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긴축에 대해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보여줬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 한번에 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데 대해 많은 회의 참석자들이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현재가치는 낮아진다. 기업의 현재가치는 미래가치에 금리, 즉 이자율을 할인해 계산하기 때문에 고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미래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기업일수록 현재가치가 더 많이 할인돼 타격을 받게 된다.
이와함께 최근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급증했던 가전제품 수요가 줄면서 PC와 게임 콘솔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도 위축돼 내년부터 반도체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모틀리 풀은 이 때문에 AMD와 엔비디아 등 반도체주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내를 요한다고 지적했다.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반도체주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떄문이다.
하지만 AMD는 칩 디자인회사인 자일링스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5일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솔루션 회사인 펜산도를 추가 인수하는 등 제품 다각화로 체질을 강화하고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 엔비디아는 경쟁업체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AI(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 또는 한달, 길게는 1년 가량 주가 흐름이 실망스러울 수는 있지만 반도체산업은 향후 수년 앞을 바라볼 때 성장 모멘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경기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은 감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SOXL 같은 레버리지 ETF는 단기적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11.23% 떨어진 반면 SOXL은 55.14% 하락해 반토막 밑으로 내려갔다. AMD도 27.96% 추락해 낙폭이 큰 편이고 엔비디아는 17.01% 하락했다.
한편, 지난주 서학개미 순매수 4위 종목은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인 아이온큐였고 5위 종목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SQQQ)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