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도 못하고 전세도 없다"…양도세 중과 후 집값은 '이중시장' 구조

"팔지도 못하고 전세도 없다"…양도세 중과 후 집값은 '이중시장' 구조

배규민 기자, 남미래 기자
2026.05.10 04:31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서울 아파트 매물 변화/그래픽=이지혜
서울 아파트 매물 변화/그래픽=이지혜

#다주택자인 A씨는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와 대출 제한으로 현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만 매수할 수 있는 구조인데다 거래까지 뜸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지금 가격에 팔리지도 않는데 양도세 중과까지 다시 적용되면 세금 부담만 커진다"며 "당분간 그냥 보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주택자 B씨는 양도세 중과 재개 전에 일부 주택을 자녀 증여로 돌렸다. 시장에 내놔도 쉽게 팔리지 않는 데다 계속 보유하자니 세 부담이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매물 잠김'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진 만큼 매물 출회가 줄어드는 동시에 향후 시장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거래 강도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의 규제 강도는 이런 꽉 막힌 상황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세금 강화 움직임이 오히려 풍선효과를 불러온 것과 지금은 시장이 처한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인식이다. 문 정부 시절과 달리 현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정부의 규제 역시 대출부터 세금, 거래까지 부동산 시장과 연관된모든 투기 요소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시장이 투자 수요가 강한 강남권과 실수요가 강한 서울 외곽지역의 '이중시장'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권 거래는 둔화되는 반면 전세품귀의 탈출구를 찾는 실수요가 집중되는 10억~15억원 이하 중저가 시장은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매물 감소 조짐은 이미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0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은 5월8일 기준 6만9175건으로 10일 전(7만2359건)보다 3184건(-4.4%) 줄었다. 한 달 전(7만7010건)과 비교하면 7835건(-10.2%), 두 달 전(7만5534건) 대비로도 6359건(-8.4%) 감소했다.

특히 서울 외곽지역의 매물 감소 속도가 빠르다. 구로구(-17.7%), 강북구(-16.0%), 성북구(-15.8%), 중랑구(-15.8%), 노원구(-13.2%) 등은 최근 한달간 매물 감소율이 모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강남구(-2.5%), 용산구(-2.9%) 등 초고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매물 감소가 덜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전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 현황/그래픽=윤선정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전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 현황/그래픽=윤선정

거래량에는 어떤 흐름이 나타날까? 과거 문재인 정부가 양도세 중과를 시행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첫 중과가 시행된 2018년 4월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만5415건으로 직전 1년(12만8241건) 대비 49.0% 감소했다. 월 평균 거래량 역시 1만687건에서 5451건으로 반토막 났다. 중과세율이 강화된 2021년 6월 이후에는 감소폭이 더 컸다. 2021년 6월~2022년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만2509건으로 직전 1년(8만1751건) 대비 60.2% 줄었고 월평균 거래량도 6813건에서 2709건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재개 이후 이전보다 한층 강해진 거래 감소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와 가장 비슷한 점은 높은 세율 때문에 집주인들이 팔지 않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라며 "80% 가까운 세금을 내고 누가 팔겠느냐는 인식이 강해지면 결국 매물 잠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당시에는 금리가 낮고 입주 물량도 많았지만 지금은 공급 부족이 훨씬 심하다"며 "매물까지 잠기면 결국 실수요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는 세금 때문에 못 팔고 1주택자는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가 어려워 매물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여름까지는 보합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는 시장 상황 악화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췄지만 현재는 다시 정상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향후 보유세 부담까지 커질 경우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더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 양도세 중과 때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수요 규제를 꼽았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저금리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지금보다 훨씬 약했고 대출 가능한 환경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지금은 고금리와 DSR, 토지거래허가제 등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매수 수요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이어 "강남·서초 등 초고가 시장은 거래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거주 목적의 부동산 매수 수요는 10억~15억원 이하 중저가 시장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 매수 전환을 자극하고 있어서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전월세 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와 매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은 실거주 목적 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12억~15억원 이하 아파트 수요가 서울 외곽과 경기 비규제지역으로 확산되며 키맞추기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비거주 1주택자나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까지 검토할 경우 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고가 주택 매물은 세 부담을 우려해 출회될 수 있지만 반대로 집주인의 실거주 복귀와 전세 물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며 임대차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소장은 "정부는 강남권 집값 안정만 볼 게 아니라 실수요가 몰리는 10억~15억원 이하 시장을 봐야 한다"며 "전세난이 심화하면 결국 실수요자들은 집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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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남미래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남미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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