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00% 수익률 보장' 비상장주식의 유혹

오정은 기자
2023.10.10 16:37
이미지=임종철 디자인 기자

#투자자 A씨는 올해 초 주식리딩방에서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O사가 9월 나스닥에 스팩 상장한다며 비상장주식에 투자할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를 들었다. 리딩방에서는 상장 전 대주주 물량을 2만5000원에 투자할 수 있다며, 일명 '바람잡이'들이 "매수할 수 있는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투자를 독촉했다.

A씨는 결국 O사 비상장 주식에 13억원을 투자했다. 주부 B씨도 O사가 코스피 상장 예정인데 주가 10만원 갈 거라는 얘기에 3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의심이 든 A씨와 B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고 담당자는 잠적했다.

최근 2~3년새 상장한 루닛,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올 들어 300~400% 수익률을 기록하고 상장일 주가 상승폭이 공모가의 최대 4배까지 확대되면서 비상장주식 투자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동시에 비상장주식 투자를 노린 사기가 극성을 부려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네이버카페 '주식·코인 리딩방 공식 피해자 모임'에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을 날린 수십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사기가 틀림 없는데도 '400% 수익률 보장' 문구에 혹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사기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드림홀딩스라는 컨설팅업체는 오버다임케이라는 업체가 코스닥에 상장한다며 한국거래소 직인이 박힌 상장 승인 문서를 위조해 투자를 권유했다. 오버다임케이는 상장 심사를 신청한 적도 없었고 3년간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이었다.

올해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로 떠오르며 600% 넘게 급등한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사칭한 사기도 극성이다. 지난 6일 에코프로 측은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모주 신청 허위 사이트'가 개설됐으니 유의하라며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IPO(기업공개) 주식의 수익률은 상장 당일 시장 분위기와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상장확정·400% 수익률 보장' 등의 문구를 내세운 비상장 투자는 사기일 수밖에 없다. 최근 리딩방은 감독 당국의 단속 강화에도 더 활개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400% 고수익 보장'에 혹해 '묻지마 투자'를 단행하기 전 한 번 더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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