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자시장의 금기어 '2차전지'

김사무엘 기자
2023.11.23 15:53

"죄송하지만 2차전지 얘기는 못할 것 같습니다."

2차전지 산업을 연구하는 애널리스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면 한결같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2차전지 전문가가 2차전지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현실이 이렇다. 말하는 게 직업인 애널리스트가 말을 할 수 없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인데도 제대로 된 투자의견 조차 낼 수 없다.

요즘 애널리스트는 목숨을 걸고 일한다고 할 정도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다. 모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매일같이 협박 메일을 받는다. 그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에는 험악한 댓글로 가득하다.

더 심각한 건 이런 현상이 온라인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투자자는 모 증권사 앞에서 '친중 매국노 ○○○은 자살하라'는 피켓을 들고 연일 시위를 벌인다. 문구도 살벌하지만 무엇보다 직접 회사를 찾아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에코프로가 고평가 됐다며 매도 의견을 냈던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최근 퇴근길에 투자자들에게 둘러 싸여 집단 린치를 당했다.

펀드매니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몇달 전 기자와 2차전지 관련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던 모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사 제목에 2차전지가 들어간 것을 보고 새벽부터 다급하게 문자를 했다. 기사 제목에 2차전지를 빼 달라는 요청이었다. 사정을 알고 보니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한 박모씨가 방송에서 그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면서 박씨의 추종자들이 회사에 집단 공격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대표는 이제 2차전지 하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산 종목이 잘 되길 바란다. 종목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이 '반박시 매국노'와 같은 극단적 방법이라면 문제가 있다. 중요한 건 증시 전문가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오히려 투자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입을 닫을 수록 시장의 정보불균형은 더 심해지고 개인은 부정확하고 편향된 정보만을 접하게 될 뿐이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입을 막는다고 해서 떨어질 주식이 안 떨어지는 게 아니다. 모든 투자 자산의 가치는 본질에 수렴한다. 이 같은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주가 하락을 애널리스트 탓, 공매도 탓으로 돌리면 성공적인 투자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진정 투자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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