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밈 코인이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상자산(코인)을 홍보하고, 가격이 폭락하자 비판을 받는 일이 한 달여 사이 두 차례나 일어났다. 정치인을 이용한 밈 코인의 발행과 거래도 활발하게 이어진다.
20일 오후 3시 21분 기준으로 코인마켓캡에서 정치 밈 코인(Political Memes)의 시가총액은 전일 대비 3.48% 상승한 37억 6637만달러(약 5조 4171억원)이다. 밈 코인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오피셜트럼프(TRUMP)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이날 기준 정치적 밈 코인은 170여개에 이른다. 과반수가 '트럼프 페페', '베이비 트럼프',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이나 선거 구호, 유행어를 이용한 코인이다. 코인마켓캡에서 집계되지 않은 수를 포함하면 전체 정치 밈 코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홍보했다가 구설수에 휘말린 리브라(LIBRA)도 정치 밈 코인 시총 4위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리브라를 두고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는 민간 프로젝트라며,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코인이라고 홍보했다.
리브라는 밀레이 대통령의 홍보 직후 한 거래소에서 94% 급락했다. 가격이 4.5달러까지 올랐다가 몇 시간 뒤 1달러 밑으로 급락한 것이다. 가격 급락 직전에 발행자와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에서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형적인 '러그풀'(Rug Pull)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발행자나 발행자 관계자가 가상자산을 대량 매도해 가격이 폭락하고 일반 투자자가 손해 보는 일을 '러그풀'이라고 한다. 바닥에 깔고 선 러그를 잡아당겨 넘어뜨린다는 뜻"이라며 "(러그풀 여부는) 발행자 등의 지갑을 역추적하는 등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연관된 밈 코인은 손실을 남겼다. 이날 기준 리브라와 오피셜트럼프는 고점 대비 70~90%대 하락한 가격을 나타낸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난센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리브라를 보유한 지갑 소유자의 70% 이상이 손실을 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밈 코인은 시장에 호재보다는 악재가 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위험 자산 회피 상황에 더해 밀레이 대통령의 밈 코인 사태를 소화하며 부진한 흐름을 나타낸다. 이날 비트코인은 3%대의 한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1억4000만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코인을 발행 혹은 홍보한 당사자에게도 악재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밈 코인을 발행한 뒤 사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가상자산 시장을 투기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리브라 코인의 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탄핵 스캔들에 휘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밈 코인이 기능보다 이름과 키워드에만 집중한 코인인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민승 센터장은 "밈 코인은 태생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라며 "신규 발행 밈 코인은 변동성이 다른 가상자산의 수백, 수천 배 이상이 될 수 있으며, 발행한 지 오래된 밈 코인은 회복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