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변동성을 키워가는 와중에도 정치 테마주 투자 열기가 뜨겁다.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며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 상위권에 정치 테마주가 오른다.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감에 관련주가 급등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3월31일~4월7일) 코스피 시장 주가 상승률 상위 1~5위는 모두 정치테마주가 차지했다. △1위 윌비스(+149.23%) △2위 평화홀딩스(+125.09%) △3위 에넥스(+77.33%) △4위 평화산업(+67.91%) △5위 태양금속(67.56%) 등이다.
이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도 △1위 상지건설(+157.71%), △2위 유라클(+151.2%) △3위 형지글로벌(+145.67%) △4위 에르코스(+119.83%) △5위 소프트캠프(+100.65%) 등 정치테마주가 상위에 올랐다.
정치테마주는 해당 기업과 정치인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테마주의 경우, 윌비스는 이사회 의장이 경북고 동문이라는 이유에서, 평화홀딩스와 평화산업은 계열사가 김 장관 고향인 경북 지역에 공장을 뒀다는 점에서 '김문수 테마주'로 분류됐다.
에넥스, 상지건설, 소프트캠프 등도 회사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학연·혈연·지연 등으로 엮여 '이재명 테마주'로 꼽힌다. 태양금속은 한우삼 회장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청주 한씨'라는 이유로 '한동훈 테마주'가 됐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입소문으로만 주가가 오르내린다는 지적에도 투자 열기는 뜨겁다. 단타 매매로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경보 지정 건수는 총 2756건으로 이중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시장 경보 지정은 186건이었다. 지난해 4월 총선과 비상계엄 영향으로 정치 테마주 변동성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투자자의 유의가 필요한 종목을 주의(1단계), 경고(2단계), 위험(3단계) 등 시장경보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정치테마주 위주로 '빚투' 열기도 심화하고 있다. 이날 기준 신용융자잔고 비율 상위 60위권에는 진양산업(6.37%), 덕성(6%), 써니전자(4.6%), 대상홀딩스(4.29%) 등 정치테마주들이 여럿 올랐다. 탄핵 선고 전후(4월3일~4월7일) 신용융자잔고 증감률 상위권을 보면 에넥스(716.35%), 일성건설(80.41%), 에르코스(130.65%) 등이 자리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담보유지비율을 지키면 일반적으로 3개월 후에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일부 증권사들은 투기성 거래를 막고자 정치테마주의 신용거래 제한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테마주로 분류된 NE능률의 종목군을 D에서 F로 내렸다. F군 종목은 신규 융자와 만기 연장 등이 제한된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이재명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유라클을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변경했다.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뛰기도 한다. 이날 정치권 일각에서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계룡건설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계룡건설은 지난달 11일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러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