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SK그룹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담당했던 SK이노베이션 주가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유·화학과 2차전지 업황부진이 단기간에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있다.
17일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대비 500원(0.53%) 하락한 9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2차전지산업 활황 기대감이 확산됐던 2021년을 고점으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NH투자증권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나무증권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 평균 매입단가는 18만원으로 손실투자자 비율은 99%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며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친환경 에너지 대신 석유, 석탄,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자원 개발과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러시아 2대 정유소로 연간 1770만톤가량 정제능력을 갖춘 키리시 정유소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받았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상호관세로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며 전세계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OPEC+(오펙플러스)가 증산계획을 내놓으며 정유업체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구매가격을 뺀 값인데 통상 석유제품이 원유보다 가격이 민감해 더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원유 가격이 하락하기 전 구매한 재고 관련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한 -(마이너스)877억원으로 전망치인 2080억원을 대폭 하회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석유사업이 BEP(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예상된다. 오는 2분기에도 유가 급락으로 석유사업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한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이자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SK온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견제에도 CATL과 BYD(비야디) 등 중국 2차전지 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유럽에서 CATL 배터리 출하량은 전년대비 8%P(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2차전지 회사 배터리 출하량은 감소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Baa3에서 투자부적격등급인 Ba1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션 황 무디스 선임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10배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며 "설비투자가 과거 2년대비 크게 줄어들더라도 여전히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4년 연간 SK이노베이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조2325억원으로 전년대비 58.4% 급감했다.
투자자와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SK E&S와 합병 비율을 둘러싸고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투자자들이 중복상장을 이유로 반대했던 SK이노베이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상장은 한국거래소에서 제동이 걸렸다. 투자금이 절실한 SK온도 2028년 IPO(기업공개)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SK온 역시 주주들은 그간 중복상장 우려를 표해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14만7154원에서 13만9067원으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