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국내 웹툰 업체에는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탑코미디어 일본 사업을 총괄하는 조인홍 일본법인장(사진)은 최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탑코미디어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10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이 한국 문화는 물론 사람 자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낮아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화 장벽이 낮아지면서 가장 긍정적인 것은 효율성 증대다. "과거에는 번역이 조금만 이상해도 일본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었다"면서 "그만큼 웹툰을 완벽하게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해야 했다. 가령 떡볶이라는 단어를 모두 스시로 바꾼다든가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많았다. 이제는 이런 비효율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4월부터 일본 사업 전략 대전환 주도
1981년생인 조 법인장은 탑코미디어가 탑툰과 합병한 올 4월부터 일본 사업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건 아직 짧은 기간이다. 다만 확연히 다른 사업 전략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일본 내 웹툰 유통 방식을 간접에서 직접으로 전환했다. 공격적으로 지출하던 마케팅비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남성향 위주였던 작품 라인업에 여성향 작품도 추가하고 있다.
모두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과제였다. 하지만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따랐다. 일본 유통사와의 협업을 중단하면 수년간 구축한 일본 시장 네트워크가 끊길 수 있었다. 여기에 마케팅비까지 감축하면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둔화돼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도 컸다.
여성향 작품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일반적으로 웹툰 플랫폼은 독자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가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탑코미디어는 그간 남성 독자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만큼 여성향 작품에 뛰어드는 것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기존 독자와의 마찰은 물론이고 이탈할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도 전략을 밀어붙인 이유는 하나였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조 법인장은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을 해야 한다"면서 "시장 데이터만 보더라도 여성향 시장 진출은 필수였다. 경쟁사가 속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업 확대에도 인건비 증가는 통제
조 법인장은 사업은 확대하면서도 비용은 통제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정상 출근하는 형태로 바뀌었지만 일본은 아직도 재택근무가 보편적"이라면서 "재택근무 조건이면 정규직을 포기하고 계약직을 선택하는 근로자가 많아 사업 확대에도 인건비 증가는 제한적일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에서 웹툰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일본 작가들이 웹툰을 제작하는 과정을 보면 한국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렇다 보니 결과물을 봐도 일본 작가가 만들었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지역에서 만드는지가 중요하진 않을 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웹툰 잘 그리는 작가 구하는 일이 굉장히 쉽지만 일본은 아니다"면서 "만화와 웹툰은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만화를 잘 그린다고 해서 웹툰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다. 웹툰은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에서 파생된 만큼 일본 작가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콘텐츠 소비력 높은 일본 독자들
일본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그는 "웹툰은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이 활발하면서 동시에 대중교통에서 인터넷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지역에서 성장한다"면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화권인 데다가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이 가장 성장할 것이고 대만, 중국, 동남아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익 구조도 일본이 낫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웹툰 플랫폼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작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가져가는 구조지만 일본은 다르다"면서 "일본에서 웹툰은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라 출판에서 이어진 만큼 인세 개념이 고스란히 가고 있다. 국내보다는 웹툰 플랫폼의 수익성이 우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은 독자들의 소비력이나 성숙도도 높은 편이다"면서 "우리나라의 유료 독자 1인당 평균 매출액(ARPPU)은 7달러 수준인 반면 일본은 22달러 수준으로 3배 정도 더 높다"라고 설명했다. 탑코미디어를 비롯한 국내 웹툰업체들이 앞다퉈 일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법인장은 인터뷰 말미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불법 복제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웹툰을 즐기는 독자들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독자들의 성원 덕분에 우리가 성장할 수 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며 실망시키지 않도록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