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문투자자로 분류되는 준공기업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이 입은 투자손실을 놓고 벌어지는 분쟁에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KL이 신한투자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면서 제기한 분쟁조정 신청서가 3년 만에 논의되는 것이다.
18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3국 사모펀드팀은 GKL의 100억원 투자손실에 대한 민원을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할지 논의에 들어갔다. 해당 건이 분조위에 상정된다면 실질적으로 GKL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신청한 분쟁조정에 대해 당국이 분조위 회부를 검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투자자는 일반투자자들과 달리 재무 인력과 운용력 등 투자 검토 단계부터 꼼꼼하게 실사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문투자기관이 금감원에 손해배상 민원을 제출하면 상대 측에 서면 질의한 후 그 답변을 다시 전문투자기관에 전달해 서로 해결하라는 방식으로 사건을 종결한다"며 "상품 판매 과정상 문제가 있을 순 있겠지만, 전문투자자에 대해 분조위 여부를 논의하는 것 자체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민원은 GKL이 2019년 사모펀드 상품 '다올 KTB 항공기 투자형 사모신탁 제30호-3호'에 투자한 100억원의 손실에 관한 건이다. GKL은 투자 후 3년여 만인 2023년 1월 펀드 만기 시점에도 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GKL은 2023년6월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펀드는 다올자산운용이 만든 고위험 후순위 투자상품으로 신한투자증권에서 판매했다. 상품설명서에 제시된 수익률은 연 4.8%. 상품은 항공기·선박 등을 매입해 임대료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지만 코로나19로 항공기 가격이 급락하면서 눈덩이 손실이 발생했다. 상품에 투자자 보호 규정은 없고 환매 청구도 할 수 없다.
GKL은 펀드 손실 확정되기 1년 전인 2022년에 신한투자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투자 권유서에는 신한투자증권과 투자 단계가 동순위라고 기재돼 있어 선순위인줄 알고 안심했지만, 실제로는 후순위였다는 입장이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GKL의 투자 과정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GKL이 문제의 펀드를 가입할 때 사장의 결재 없이 경영본부장의 전결로 임의 처리된 정황, 자산운용세칙에 따라 위탁운용 하지 않고 직접 운용한 정황 등이 문제됐다. 이밖에 GKL가 펀드 가입 후 배당 미지금 안내문을 받고도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등 위험관리에 소홀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GKL은 지난 9월 말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8.44%)과 소액주주(40.56%) 등이 나눠 갖고 있다. 회사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 현금이 오가는 사업 특성상 매년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분쟁조정위원회는 의장을 포함해 내부위원, 법조계, 소비자, 금융계, 전문의 등 총 35명으로 이뤄져 있다. 접수된 사건 중 기존 조정례, 판례,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는 분조위에 상정된다. 금감원은 안건이 회부되고 60일내 조정결정을 해야한다.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인용·기각·각하가 결정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불공정 영업행위, 부당권유, 광고규제 등에 해당되는 경우 전문투자기관과 일반투자자 모두 상품 매매 과정상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따져 볼 수 있다. 이 법률은 2021년 3월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