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증 걸린 천재가 만들어낸 13조원짜리 아이템

반준환 기자
2026.03.02 12:19

[반준환의 미국 스몰캡⑦] 드론택시 선두업체-조비 에비에이션(1/4)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엔비디아나 테슬라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업이 있다. 공중으로 이동하는 5인승 드론택시를 만들고 있는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이하 조비)이다. 드론택시는 아직 미국에서 운행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올 연말 두바이에서 조비 드론택시의 유료 상업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두바이는 △두바이 국제공항 △두바이몰 △아틀란티스 더 로열 리조트 △아메리칸 대학교 등 4곳의 버티포트(탑승장)을 마련했다. 탑승예약과 드론택시-지상택시 연결은 우버가 맡는다. 세계와 중동부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두바이에서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점은 엄청난 의미로 다가온다.

미국에서도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 도입을 위한 준비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조비는 지난달 25일 2025년 연간실적을 발표하며 FAA 형식인증(Type Certification) 4단계에서 18포인트라는 기록적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FAA(미 연방항공청) 인증은 총 5단계다.

드론택시, 허가할까 말까…고민하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형식인증에 가장 근접한 기업
조비 에비에이션의 eVTOL/사진=조비 에비에이션 홈페이지

1~3단계는 취업을 위해 다양한 스펙과 경험을 쌓고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는 단계로 생각하면 쉽다. 비행기를 어떻게 설계해 만들어 운행해보고 안정성 검사와 검증은 어떤 방식으로 인정받겠다는 계획서와 시뮬레이션, 각종 실험 데이터 제출이 주를 이룬다. 4단계는 면접. 실제 비행기를 운항해 다양한 시험비행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기체의 안정성과 기능에 관한 데이터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5단계는 인턴이나 수습사원 근무형태. 실제 검증을 하는 단계다. FAA 파일럿이 직접 시험기체를 운행해 성능과 제출자료를 검증하고 일부러 극한의 환경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이를 통과하면 TIA(Type Inspection Authorization)를 받아 상업운행이 가능하다. 물론 생산인증과 운용인증도 받아야 한다.

FAA 형식인증 4단계에서 기록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것은 조비가 제출해야 할 수백 장의 수행 보고서 중 FAA가 최종승인한 항목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뜻이다. 결과값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게 핵심이다. 조비 창업자인 조벤 비버트 CEO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조비의 첫 번째 FAA 적합 항공기는 지금 당장 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힌 배경이다.

보수적인 미국 항공전문가들과 깐깐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조비는 준비됐을지 몰라도 FAA 인증은 항상 지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 리서치 업체 모틀리 풀은 FAA 파일럿의 유상비행 테스트는 2026년 시작될 전망이나 인증 자체는 2027년이 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수가 생겼다. 백악관 행정명령으로 출범한 eIPP(eVTOL Integration Pilot Program)이다. 성능이 인정된 기체설계를 가진 회사는 인증완료 전에도 지정도시에서 시범 운항이 가능하다고 문을 열어준 것이다. 2026년 상반기 최소 5개 도시가 선정되는데 조비는 "이미 주정부·지방정부와 진전된 협의를 이루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말 두바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조비의 드론택시를 예약해 이동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이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에 버금가는 이슈가 될 수 있다. 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는 단 10분만에 이동할 수 있으며 우버 앱 내에서 바로 예약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통합도 막바지 단계로 알려졌다.

세계에는 다양한 드론택시 개발업체가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건 조비다. 월가에서는 자율주행의 테슬라를 보듯, 드론택시에서는 조비가 절대강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의 드론택시 업체들이 있지만 자금부족으로 좌초된 곳들이 많다. 이에 반해 조비는 기술력, 자본력, 개발력이 모두 앞선다. 3.5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지니고 있으며 토요타, SK텔레콤, 우버, 델타항공, ANA, 메트로폴리스, 엔비디아, 사우디 민간항공국 및 사우디 국부펀드, 가민, 헥셀 등 글로벌 파트너십의 무게감이 다르다.

드론계의 아이폰, 조비의 드론은 뭐가 남다른가

조벤 비버트 조비 에비에이션 창업자/사진=조비 에비에이션 홈페이지

조비 창업자 조벤 비버트는 디자인에 올인했던 스티브 잡스나 로켓랩의 피터 벡처럼 편집증적인 천재성을 지닌 인물이다. 1974년생으로 알려진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산타크루즈 카운티에 있는 히피 공동제 '라스트 찬스'라는 곳에서 자랐다. 1970년대 미국을 휩쓴 '백 투 더 랜드(Back-to-the-land)' 운동의 성지였다. 문명의 편리함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택한 사람들이 모여살았는데 100여채 가구의 규모가 살았다. 수도 대신 샘물을 길어 썼고 전기는 등유램프와 장작이 대신했다.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었다.

조벤은 행복하게 자랐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작은 시련을 겪는다. 마을이 너무 오지에 있었던 것이다. 스쿨버스가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에 나를 내려주면, 거기서 집까지 8km의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비가 오면 질퍽거리는 산길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고된 등하교길에서 그는 하늘을 날아 학교를 다니는 상상을 했고, 이게 훗날 드론택시 개발의 씨앗이 된다. 라스트 찬스는 2020년 산물로 전소됐다.

조벤은 기계를 만드는데 비범한 재주를 보였는데 고교때는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후 UC데이비스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마친다. 스탠퍼드를 졸업한 20대 후반의 조벤은 전공인 기계공학을 살려 자동화 로봇업체를 설립했다.

당시 생명공학 연구소들은 수천 개의 시험관을 사람이 일일이 옮기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조벤은 "이걸 기계가 하면 훨씬 빠르고 정확할 텐데"라는 생각에 친구들과 벨로시티11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고속으로 액체를 옮기거나 시험관을 정밀하게 다루는 실험 자동화 로봇 시스템으로 소문이 났고 급기야 2007년에는 글로벌 기업인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가 회사를 인수한다.

이 때 조벤은 주식을 팔아 조비의 설립자금이 되는 거액을 손에 쥐게 된다. 벨로시티11을 운영하던 시절에는 조비(Joby)라는 회사를 만들어 문어발 삼각대라 불리는 고릴라포드로 대박을 친다. 취미인 사진을 찍다가 짜증이 났는데 울퉁불퉁한 바위나 나무 위에서 카메라를 고정할 수 있는 삼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볼 조인트를 연결해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고릴라포드는 전 세계 사진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나무가지에 걸수도, 모래 위에 세울 수도 있었다. 2006년 만든 조비는 조비 에비에이션의 모태다. 조벤은 2009년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조비 에비에이션을 별도로 설립했는데, 막대한 돈이 필요하자 고릴라포드 등 카메라 액세서리 사업전체를 매각했다. 기술과 경험, 드론을 만들 수 있는 자본까지 마련된 순간이다.

초등학교 스쿨버스 정류장까지 산길 8km, 등하교에 지친 소년이 꿈꾼 드론택시 등하교가 현실로

고릴라포트/사진=썬포토 홈페이지 캡처

다른 드론제작업체에 비해 조비의 출발점이 앞섰던 포인트는 여럿 있지만 조벤의 경험도 큰 몫 했다. 조벤이 유년시절을 보낸 라스트 찬스는 순수한 자연이 있던 곳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시끄러운 것을 무척 싫어했는데, UC데이비스 대학을 다니던 시절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 이미 수십년간 드론을 개발해온 전설, 폴 몰러(Paul Moller) 박사의 작업실에서 개발 중이던 'M400 스카이카'라는 드론을 보고 경악했다.

이 드론은 붉은색의 매끄러운 디자인으로 잡지표지를 장식하며 미래의 자가용 비행기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실체는 충격적이었다. M400은 강력한 출력을 위해 로터리 엔진을 썼는데, 그 소리가 마치 수십 개의 전기톱을 동시에 켜놓은 듯한 굉음과 같았다는 것이다. 조벤은 "저렇게 시끄러운 물건이 우리 집 마당이나 동네 뒷산에 내린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저건 기술적으로는 날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살 수 없는 물건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의 경험으로 조벤은 드론 설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다. 모든 업체들이 비행시간과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시끄러운 내연기관 엔진을 택하는 와중에 조벤은 혼자 조용한 전기모터를 고른 것이다. 커다란 프로펠러 하나가 엄청난 소음을 내며 도는 대신, 작은 로터 여러 개가 천천히 도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것이 지금 조비의 6개 날개 디자인의 뿌리가 됐다.

조비의 주요주주 가운데는 토요타 뿐 아니라 한국 SK텔레콤(지분율 2%)도 있다. SK텔레콤이 1300억원이라는 거금을 조비에 태운 이유는 단순하다. 조벤의 소음에 대한 '미친 편집증'이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비행기를 내릴 수 있게 만들 유일한 열쇠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토요타도 마찬가지였다.

조벤의 편집증은 조비의 모든 기체 설계에 녹아 있다. 경쟁사들이 기존 항공 부품을 사다 조립할 때, 조벤은 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심지어 탄소섬유 동체까지 직접 설계했다. 애플식 수직계열화다. 특히 6개의 프로펠러가 각각 다른 속도로 회전하며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은 조벤이 20년 동안 깎아온 집념의 산물이다. 미국 연방항공청이 조비의 성능을 인정하는 이유도 이 기체가 '조립품'이 아니라 '유기체'처럼 완벽하게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