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규제를 향해 야당 지도부와 정무위원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첫 문턱인 국회 정무위원회 의사진행 키를 야당이 쥔 탓에 법안심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같은 당 김은혜·최보윤·강명구 의원이 주최한 '디지털자산산업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산업 생태계 전반의 제도적 틀을 설계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방향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주주 지분제한이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가상자산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인 만큼, 혁신과 이용자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의 주요 이슈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의 문제였다가, 최근 예기치 못한 정부안이 등장하면서 업계가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금융위원회 원안에 없었던 내용이 보이지 않는 윗선의 힘으로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등이 연루된 사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HOR은 김 실장이 대표를 지낸 국내 가상자산 연구조직이다.
김 의원은 또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민간위원들조차 거래소 지분제한이 사후규제로 소급입법 금지원칙에도 반한다며 반대성명을 냈다"며 "민주당과 금융위가 국민을 설득하고 가상자산 활성화를 부르짖는 이면에 숨겨진 발톱을 드러낸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서면 축사로 "산업의 공공성 확보와 이용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기계적 상한제 도입은 우리 가상자산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인재와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20%로 제한하고 금융당국 재량에 따라 34%까지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예기간은 법 시행 후 3년으로 거론된다. 지분율 상한을 당초 정부안(15%)보다 완화했지만, 현재 국내 거래소 대주주가 상한선을 넘겨 일부 매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규제안과 관련해 여당 내 이견 표명은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의원안 대표발의자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민주당 TF와 정책위가 절충안을 협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머니투데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장을 찾아 축사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법조계·학계 인사들은 연이어 지분규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안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증시 상장"이라며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나 수탁기업 비트고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내부통제나 외부감사 강화는 기업공개(IPO)를 통하는 게 적절하다"며 "신사업에 도전한 창업자를 충분히 보상하고, 시장을 통해 제도권 진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비상장 벤처기업에게 복수의결권을 허용했고, 벤처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가상자산사업자도 벤처기업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며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중소기업벤처부와 소유분산이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방향이 상반됐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보수적이고 그립(지시)이 강한 일본 감독당국도 보고서를 내고, 의견수렴을 한다"며 "시장에 규제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부여하는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 감시나 이용자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왜 지분제한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실증적 자료를 찾기 매우 어렵다"며 "거래소 소유가 혁신·감시확립·의사결정을 촉진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