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성장은 위기 때마다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내린 과감한 결단의 산물이었다. 과거 식품 산업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의 엄격한 품질 관리 규제가 도입됐을 당시,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기준 미달 기업의 시장 퇴출과 비용 상승이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과적으로 이 결단은 K-푸드의 명운을 바꾼 결정적 분기점이 되었다. 부적격 업체가 시장에서 정리되면서 글로벌 신뢰를 구축했고, 이는 우리 식품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초 체력이 되었다. 질서가 곧 경쟁력임을 증명한 사례다.
지금 우리 경제의 혁신 엔진인 코스닥 시장은 어떤가.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장의 시총은 8.6배로 크게 성장했음에도 지수 상승은 1.6배에 그쳤다. 부실기업은 자본이 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이동하는 과정의 효율성을 낮출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수 흐름에도 일정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주가지수 내에 저성과 기업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지수 상승세가 제한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지난 2월 12일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시장 참여자가 즉각 체감할 수 있는 '4대 요건'의 대폭 강화다. 우선 2028년 예정이었던 시가총액 기준 상향을 앞당겨, 올해 7월 200억원, 내년 1월 300억 원 미만 기업을 엄격히 솎아낸다. 또한 '동전주' 퇴출 요건이 신설됐다.
주가 1000원 미만이 30거래일 연속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에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퇴출된다. 아울러 자본잠식 판단 기준을 연말에서 반기로 확대해 재무 건전성 관리를 강조하는 한편, 중대한 공시 위반 시 누적 벌점과 무관하게 즉시 퇴출하는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였다. 이는 시장 전반의 신뢰를 높이고 우량기업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약 150개 사로, 기존 50개 사 대비 약 3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HACCP 사례에서 보듯이 '질서 확립을 통한 성장'의 원칙은 자본시장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도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 저평가)' 완화, 그리고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논의되고 있는 변화의 한 흐름으로 봐야 한다.
이번 개혁이 코스닥을 기관투자자 중심의 안정적 시장으로 탈바꿈시킬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코스닥은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개인에게 모험자본 공급을 의존하는 구조다. 2025년말 기준 투자자 유형별 거래비중은 개인 74.5%, 기관 5.0%로 개인 비중이 매우 높다. 그 결과 시장은 외부 요인에 따른 변동성에 취약해졌다. 시장 신뢰가 높아지고 기업 구성이 경쟁력 있게 재편된다면, 그간 코스닥 투자를 주저했던 기관투자자의 참여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코스닥 시장이 이번 혁신으로 기존의 양적 성장에 더해 질적으로도 성장하며 혁신 성장과 아시아 자본시장의 거점으로 거듭날 때, 우리 경제는 새로운 활력을 되찾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