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걸고 이란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코스피 지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은 통상 최악의 상황을 선반영한 후 향후 추이에 따라 회복하는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일시적으로는 50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23일 리포트에서 "코스피가 극단적인 시나리오의 불확실성을 선반영해 하락한다면, 미-이란 전쟁 개시와 함께 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4일 5059, 지난 9일 5096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있다"며 "반대로 상황이 극단적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더블 바텀을 형성한 뒤 5500선 중반에서 최근의 매물 소화과정이 지속되거나, 안도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2분기는 전쟁에 따른 평균 에너지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전이되는 시기이며 유가의 베이스 시나리오는 2분기 고점→3분기 완화→4분기 정상일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시장은 4~6월 내내 유가→물가→Fed(연준)의 판단을 재평가하며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자신의 SNS 트루소셜스에 "이란이 48시간 내로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란의 발전소를 가장 큰 곳부터 차례로 초토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해상에 묶여있던 이란산 원유에 대해 30일간 한시적으로 제재를 면제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이란산 원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김 이사는 "이같은 모순은 트럼프의 발언이 극단적이고, 실제 군사력은 이동하고 있지만, 그의 핵심 관심사는 유가 관리라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트럼프의 일관된 패턴은 최대 압박→시장 반응 확인→우회, 완화 카드 병행이었기에 트럼프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유가와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흔들릴 경우 결국 그의 태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물론 트럼프가 전략적 군사 목표 달성을 자축하며 출구전략을 시행하더라도 현 상황에서는 이란 잔존 세력의 체제 유지를 묵인하는 임시방편적 휴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통상적으로 극단적인 선반영한 후 추이를 지켜보는 흐름을 보여왔다"며 "이런 특성상 트럼프의 엇갈린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 긴장이 극에 달하는 상황을 먼저 반영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김 이사는 "전쟁으로 러셀2000은 고점 대비 10% 하락했지만, S&P500의 낙폭은 이보다는 낮았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이번 상황(트럼프의 48시간 위협 발언)이 미국 주식 시장의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가늠하게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급등한 이후 점진적으로 완화되며 시장의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면서도 "수개월 뒤 미-이란 혹은 이란-이스라엘의 분쟁이 재발하더라도 학습 효과로 인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현재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정치적 유인·2008년 은행시스템 붕괴와는 다른 현재의 금융 환경·AI(인공지능)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전쟁에 대한 긴장감이 최고로 달하고 있는 현 시점은 이후 에너지 관련 충격이 일부만 진정되더라도 안도감이 향후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