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중복상장 원칙금지 규정 개정절차를 상반기 중 완료한다.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중복상장 원칙금지는 새로 도입된 주주 충실의무가 상장제도에 적용되는 것으로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위한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6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중복상장 원칙금지 방안 계획을 밝혔다.
이번 공개세미나는 지난달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금융위가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방향을 발표한 이후 투자자·기업·학계·법조계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 위원장은 "지배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이용해왔다는 지적이 있다"며 "일반주주는 자회사 성장의 성과를 공정하게 향유하지 못하고 주가 디스카운트를 감수했다고 비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런 문제를 덮지 않고, 일반주주와 지배주주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는 비판을 불식해야 한다"며 "우리 자본시장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함께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중복상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이사들의 법적책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제하는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메타 등 글로벌 기업이 자회사를 별도로 두지 않는 건 법적 제한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배·종속관계 등 경제적 단일체인 기업들의 가치가 이중으로 산정돼선 안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자리잡은 결과라는 것이다. 영미권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모회사만 상장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우리와 비슷하게 중복상장이 폭넓게 이뤄졌으나 홍콩·일본 등에서 엄격한 심사·공시 강화 등을 통해 중복상장을 제한하는 추세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중복상장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상장사간 지분을 보유한 중복상장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은 11.2%였다. 반면 미국은 0.05%, 일본 4%, 중국 2.4%, 대만 2.7%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관련 엄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제도개선 추진방안에 따르면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심사해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승인하지 않는다.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지, 자회사 의사결정·지배구조가 독립적인지 살펴본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주 소통·보호방안을 이행했는지,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얻었는지 등도 확인한다.
모회사에는 중복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심사대상은 분할뿐 아니라 인수·신설 자회사 등 경제적 동일체로 인식되는 종속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금융당국은 이날 공개세미나 등을 포함한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이달 중 거래소 규정안을 마련하고 개정예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개정절차를 완료해 이르면 7월부터 새 제도를 시행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