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샀다면 수익률 벌써 50%…크록스 신발 말고 주식도 살걸

올초 샀다면 수익률 벌써 50%…크록스 신발 말고 주식도 살걸

반준환 기자
2026.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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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의 미국스몰캡(34)]중국 인도 일본 등에서 인기몰이. 어닝서프라이즈 계속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나스닥 상장기업인 크록스는 올 들어 주가가 85달러에서 136달러로 급등했다. 연중 저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미국증시를 달궜던 AI(인공지능), 우주항공, 방산업종을 제외하고 소비재 시장에서 이처럼 주가가 오른 것은 드문 현상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주목하는 강세 원인은 성장세다. 내수시장인 미국이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크록스의 인기가 주가 고공행진의 배경이라는 평가다.

중국과 인도, 일본은 크록스 점유율이 1% 미만인 초기시장이다. 하지만 이들 아시아를 앞세운 해외 매출이 올해 사상 처음 미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 기대감이 확산되는 중이다. 신중론도 있지만 월가에서는 추가적인 주가상승에 보다 많은 표를 주는 분위기다.

기능성으로 세계시장 뒤흔든 신발

크록스의 스토리는 2002년 여름 카리브해의 요트 한니발호에서 시간을 보내던 콜로라도 출신 40대 친구 셋에서 시작된다. 배 주인 스콧 시먼스는 은퇴한 발명가였고 조지 보데커 주니어는 도미노피자 매장 100여개를 굴리던 사업가였으며, 린든 듀크 핸슨은 전직 컴퓨터 영업사원이었다. 이들은 캐나다의 폼크리에이션스라는 회사가 스파용으로 만든 폼 소재 클록이라는 신발을 신어보고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이 신발은 미끄러운 갑판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물에 뜨는데다 냄새가 배지 않았다. 디자인은 별로였지만 기능성에 감탄한 이들은 클록의 미국 유통권을 따냈고, 마이애미 앞바다의 보트에서 숙식하며 회사를 차렸다. 물과 뭍을 오가는 악어(crocodile)에서 딴 이름이 크록스다. 2002년 11월 포트로더데일 보트쇼에 들고나간 첫 제품 비치는 준비한 200켤레가 모두 팔렸다.

성공을 예감한 이들은 2004년 폼크리에이션스를 아예 인수해 특허 소재 크로슬라이트의 독점권을 확보했고, 2006년 2월 기업공개(IPO)로 2억달러 넘게 조달하며 나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이듬해인 2007년 매출은 전년의 2.4배인 1조1900억원(8억47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유행이 식자 매출이 꺾였고 늘려둔 재고가 창고에 쌓이면서 파산설이 돌 정도로 큰 위기를 맞았다. 2007년 가을 75달러선이었던 주가는 2009년 1달러 밑으로 떨어질 정도였다.

위기였던 크록스를 살린건 2006년 인수한 지비츠라는 회사였다. 2005년 콜로라도에서 세 아이를 키우던 셰리 슈멜처는 아이들이 신는 크록스의 구멍에 조화와 큐빅 장식을 꽂아주다가 이걸 사업으로 만들었다. 남편 리치와 차린 회사 지비츠는 6개월 만에 월매출이 20만달러에서 200만달러로 뛰었다. 크록스는 2006년 이 부부 회사를 현금 1000만달러에 사들이고 수익 목표 달성 시 1000만달러를 더 주기로 했다.

자비츠는 크록스의 사업 모델 자체를 바꿔놨다. 크록스 주요 제품들은 구멍이 13개 있는데 여기 꽂는 장식이 계속 팔렸다. 유행이 식어 새 신발을 사지 않는 사람도 몇천원짜리 장식을 샀다. 여기에 아이들이 신발을 꾸미는 놀이에 흥미를 느끼면서 크록스는 유행 소멸의 충격을 버틸 완충재를 갖게 됐다.

물론 버티는 과정은 혹독했다. 회사는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으로 매장과 창고를 정리하며 연명했다. 전환점은 2013년 말에 왔다.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2800억원(2억달러)을 수혈하며 경영을 조언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따라 문어발처럼 늘어났던 제품 라인을 쳐내고 손실매장은 정리하면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때 맞춰 크록스의 유행도 다시 돌아왔다. 과거 고객이었던 어른들 대신 10대 MZ 세대들이 크록스를 신기 시작한 것이다. 부모들이 촌스럽다고 평가한 디자인이 오히려 MZ에게는 개성있는 신발로 평가되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명품 발렌시아가가 850달러짜리 굽 달린 크록스를 선보여 패션계를 발칵 뒤집었고, 2018년 래퍼 포스트 말론과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발매 직후 완판됐다. 지비츠도 캐릭터·아티스트 협업 상품으로 진화하며 신발을 자기표현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크록스 수요에 불을 붙였다. 재택근무에 편한 신발 수요가 폭발했고 크록스는 의료진에게 신발 86만 켤레를 무료로 기부하는 캠페인으로 이미지까지 뒤집었다. 2021년 매출은 전년보다 67% 늘어난 3조2400억원(23억1300만달러)을 찍었고, 금융위기 당시 1달러 밑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2021년 11월 183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크록스는 다시 위기에 빠지는데 2022년 3조5000억원(25억달러)을 들여 인수한 캐주얼화 브랜드 헤이듀드가 독이 됐다. 헤이듀드 매출은 인수 이듬해 9억4900만달러에서 지난해 7억1500만달러로 미끄러졌고, 도매상 창고에 쌓인 재고는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었다. 헤이듀드는 계속해서 실적을 갉아먹었는데 결국 2025년 2분기에 크록스는 헤이듀드와 관련한 빅배스를 단행했다.

헤이듀드 상표권에서 4억3000만달러, 영업권에서 3억700만달러, 합계 1조300억원(7억3700만달러)을 한꺼번에 손상처리한 것이다. 이 결과 해당 분기에 8.82달러의 주당 순손실을 기록했고 이 여파로 지난해 연간 세전이익이 1022억원(73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전년 세전이익 9억1100만달러의 12분의 1이다. 도매 재고 문제를 둘러싸고 2022~2024년 주식 매수자들이 제기한 증권 집단소송도 진행 중이다.

아시아 시장 덕에 어닝서프라이즈 계속되는 크록스, 주가도 고공행진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헤이듀드를 털어내고 나서는 세 분기 연속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2분기의 경우 매출액이 1조6500억원(11억7900만달러)으로 2.6% 늘며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크록스 브랜드는 분기 매출 1조4000억원(10억달러)을 사상 처음 넘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55달러로 7.6% 늘었다. 헤이듀드도 소비자직접판매(DTC)를 7.2% 늘리며 실적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는 EPS를 13.70~14.00달러로 다시 올려 잡았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상향이다.

주목할 것은 해외시장에서 크록스가 크게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크록스 브랜드 해외 매출은 중동 분쟁 여파에도 7% 늘었고 중국·인도·일본이 모두 두 자릿수 성장했다. 회사는 올해 해외에서 최대 250개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인데, 2분기에만 모노브랜드 매장과 키오스크 약 160개를 열었다.

중국에서는 톱스타를 앰버서더로 세우고 중국 팝컬처의 상징 팝마트와 지비츠 컬래버레이션을 내면서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크록스 팬덤을 뜻하는 동먼(洞門, 구멍의 문)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 소셜미디어 해시태그 언급이 10억회에 육박했고 스스로를 동먼인이라 부르는 이들이 지비츠 조합을 공유할 정도다. 주 고객층은 대도시의 Z세대, 특히 젊은 여성이다. 크록스는 올해 1분기 더우인(중국판 틱톡)에서 사상 첫 슈퍼브랜드데이를 열어 셀럽 라이브커머스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고, 2분기에는 현지 반응을 읽고 즉시 대응하는 발레플랫의 중국 전용 모델을 신속 출시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찍었다. 글로벌 기획을 들여오는 단계를 지나 중국에서 중국용 신발을 만드는 단계다.

일본에는 오시카츠(推し活) 바람을 탔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캐릭터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팬 활동을 뜻하는 말로, 젊은 여성층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현상인데 신발구멍에 꽂는 지비츠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것이다. 회사도 일본 성장의 동력을 개인화 트렌드로 지목했다. 올 2분기 일본은 전 채널에 걸친 고른 성장을 이뤄냈다.

인도에서도 크록스 인기가 치솟고 있다. 3개월 동안 비가 쏟아지는 우기를 견뎌야 하는 인도에서 물에 강하고 진흙이 묻어도 씻어내면 그만인 크록스는 실생활에 딱이다. 앤 멜먼 크록스 브랜드 사장은 "인도는 샌들이 소비자에게 자연스러운 실루엣이라 핵심 시장"이라고 했다. 인도에서도 Z세대 여성이 주 고객층인데 올해는 발리우드 톱스타 라시미카 만다나를 앰버서더로 세워 몬순 캠페인을 벌이며 신규 라인인 클래식 버클과 발레플랫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인도·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 7개국 동시 캠페인에는 인도 배우 싯단트 차투르베디와 한국 배우 채수빈을 함께 기용해 K드라마와 발리우드 감성을 교차시켰다.

2023년 13억8900만달러였던 해외시장 매출은 2025년 17억8000만달러로 늘었다. 이 기간 새 25억7400만달러에서 22억6100만달러로 줄었지만 월가는 해외시장의 성장세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크록스 브랜드의 해외 비중은 2023년 41.0%에서 지난해 48.6%로 커졌고 올해는 50%를 넘길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월가의 투자의견은 '매수'에 집중돼 있다. 강세론의 근거는 밸류에이션과 현금이다. 랠리를 거치고도 올해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신발 업종 평균 18배의 절반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2%, 연환산 잉여현금흐름은 7500억원(5억3400만달러)에 이른다. 시장 컨센서스는 올해와 내년 EPS가 각각 9.3%, 7.7% 늘어난다고 본다. 이익이 늘고 자사주 매입에 눌려 있던 멀티플이 정상화되는 상황이 전개되는 중이다.

물론 고점논란도 있다. PER 10배라는 싼 가격표는 뒤집으면 시장이 이 회사의 성장 지속성을 아직 다 믿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외시장의 성장세를 신중히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은 이미 패션 얼리어답터 단계를 지나 셀럽 라이브커머스로 대중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국면인데 2008년 미국에서 크록스의 인기가 갑자기 급감한 현상이 해외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헤이듀드의 실적개선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세문제도 있다. 크록스 생산 대부분이 아시아 외주라 미국 관세 정책에 노출돼 있고, 도매 재고 관련 증권 집단소송의 결말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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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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