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반·채권반 혼합형 ETF로 퇴직연금 자금 대거 이동

김지현 기자
2026.05.05 15:55

반도체 대장주, 퇴직연금 계좌에도 담는다…삼전·하닉 혼합형 ETF '와르르'

최근 1개월 간 혼합형 ETF 상품들의 자금유입/그래픽=김지영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주식·채권 혼합형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관련 상품이 지난 한 달 자금유입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4월 한 달에만 관련 신상품이 잇달아 나왔다.

5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전일 기준 최근 1개월간 자금유입이 가장 많은 ETF는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으로 6124억원이 들어왔다.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에는 2970억원이 유입됐다. 이들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최대 50% 담고 나머지 50%는 국고채 등 우량 채권으로 구성한 주식·채권 혼합형 ETF다.

기존 상품에 대한 자금 유입뿐 아니라 이처럼 주식과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신상품도 최근 줄이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신규 상장한 ETF 17개 중 혼합형 ETF는 6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담는 ETF만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등 3개다. 이밖에도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를 각각 추종하는 1Q 200채권혼합50액티브와 1Q 코스닥150채권혼합50액티브, 미국 AI(인공지능) 기업에 투자하는 ITF 미국AI TOP10국채혼합50 등 여러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혼합형 ETF 흥행의 배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퇴직연금 계좌(DC형·IRP)에서도 투자하고 싶은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행 퇴직연금 규정상 주식 등 위험자산은 계좌의 최대 70%까지만 편입할 수 있고, 나머지 30%는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반면 주식·채권 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연금 계좌 내 100% 편입이 가능하다. 만약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형 ETF를 70% 담은 뒤, 나머지 30%에 삼성전자 채권혼합형 ETF를 넣으면 계좌 내 삼성전자 실질 비중을 더 높일 수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497조원으로 연평균 15% 증가하며 증권사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내 ETF 활용도 역시 늘어나고 있다"며 "ETF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은 30% 안전자산에도 혼합형 ETF를 활용하고 있고 이에 2024년 이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적격 혼합형 ETF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채권을 통해 변동성 장세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채권 50%가 포함된 혼합형 ETF는 개별 주식형 상품보다 변동성이 완화돼 있어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며 "퇴직연금 자산 특성상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사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이른바 '쏠림'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50%를 투자하고, 나머지 50%를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의 ETF는 올해 들어 3개나 출시됐다. KB자산운용이 지난 2월26일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내놨고, 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각각 지난달 7일과 21일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과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출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유사 상품이 출시되더라도 당국 규제나 제재 수단이 없다"며 "채권 만기를 달리하는 등 미세한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표절 여부를 판가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