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증시 부흥정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열풍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반대매매 비중은 이달 최고 10.5%까지 뛰었고,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한 달 만에 2조1000억원 늘었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포털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주식 외상금을 제 때 갚지 못해 증권사들이 주식을 매도한 반대매매 비중(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은 지난 8~12일 평균 5.4%로 집계됐다. 지난 9일에는 위탁매매 미수금 중 실제 반대매매 금액이 16조9796억원으로 반대매매 비중이 10.5%에 달했다.
처음에 증거금만 내고 주식을 샀다가 자금 결제일까지 부족분을 내지 못해서 증권사들이 주식을 처분한 거래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이른바 주식 외상금으로 볼 수 있는 위탁매매 미수금은 이달 하루 평균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3월에만 해도 위탁매매 미수금이 일 평균 1조원이었는데 3개월 사이 주식 외상거래 규모가 급팽창한 셈이다.
투자자들이 외상금을 갚지 못해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늘어난 것도 이런 빚투 열풍을 보여준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비중은 지난 4월만 해도 0~2%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이달 들어 최소 0.7%에서 최대 10.5%를 오가며 널뛰고 있다.
증권사에서 빌린 외상금 뿐 아니라 과거 개설한 은행 마이너스통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5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38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41조2833억원)에 비해 2조1027억원(5.09%) 증가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당수가 주식시장 투자자금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통상 급여일(20일, 25일) 이후 상환되는데 지난달에는 월말에도 잔액이 증가했다. 5월15일 41조2833억원에서 5월29일 41조4482억원으로 순증해 생활자금을 쓰고 상환한 금액보다 신규대출이 더 많았다.
은행권에서는 신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기존 갖고 있던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실행했다고 분석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실행이 늘어난 건 주식투자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국민성장펀드 가입 수요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통한 빚투에 제동을 걸면서 증권사 위탁매매 미수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8700선을 돌파하고 미국-이란 종전 협상으로 투심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은행 대출이 막힌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위탁매매 미수금, 반대매매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