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광풍 잡겠다며 16년 전 'ELW 카드' 꺼냈다…시장 붕괴 트라우마

개미 광풍 잡겠다며 16년 전 'ELW 카드' 꺼냈다…시장 붕괴 트라우마

방윤영 기자, 김나경 기자, 배한님 기자, 성시호 기자
2026.08.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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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레버리지 ETF 해법, 극단 ELW서 찾나(上)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대책을 만들며 16년 전 ELW(주식워런트증권) 사태를 스터디하고 있다. 배경에는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시장 과열을 잡기 어렵다는 절박한 고민이 깔려 있다. 결국 남은 카드는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정도의 '특단의 대책' 뿐이다. 그 특단의 대책이 실제로 통했던 유일한 선례가 바로 ELW 규제다. 다만 강력한 규제가 시장을 사장시킨 전례였던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ELW 규제' 스터디 금융당국, 레버리지 ETF도 고사 시킨다

7월31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7월31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대책과 관련해 과거 ELW(주식워런트증권) 규제 사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발표한 대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과거 ELW 사례와 같은 특단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다. 정부가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 2차 보완책을 꺼내든 만큼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대책과 관련 과거 ELW 규제 사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과열을 막기 위해선 과거 ELW와 같이 특단의 규제책을 꺼내 드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책과 ELW 규제/그래픽=이지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책과 ELW 규제/그래픽=이지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했지만 ELW 당시에도 초기 규제로 투자 수요가 잡히지 않아 사실상 시장에서 사장되는 고강도 규제책을 내놨다"며 "업계에서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책으론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만큼 과거 ELW 규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금지 당시에도 금융당국이 국제적 정합성을 고려해 다른 보완대책을 고려했지만 결국 여론과 정치권 등쌀을 이길 수 없었다"며 "정치 이슈화가 됐기 때문에 공매도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LW는 시장의 투기성이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이 2010~2011년 세차례 강력한 규제를 단행한 사례다. 규제 초기 기본예탁금 제도 도입, 교육이수 의무화 등을 시행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16일 발표한 대책과 비슷하다.

하지만 투기 수요는 잡히지 않았고 결국 LP(유동성 공급자) 호가 제한 규제를 추가로 시행했다. 이후 호가가 벌어지자 투자자는 원하는 가격에 거래하지 못하게 돼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투자 수요는 획기적으로 줄었다. 2010년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6000억원에 달하던 ELW는 규제 직격탄을 맞은 이후 2013년 1100억원 수준으로 10분의1 토막이 났다.

이미 금융당국의 변화도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29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F4)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2차 보완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1차 보완책을 발표한 지 14일 만이다. 지난 24일까지만 해도 오는 31일 조기 시행하는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의 정책적 효과를 보고 추가 대책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엿새 만에 입장을 바꿨다.

금융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추가조치 설명자료'에 따르면 거래가 빈번한 투자자에 징벌적 성격의 거래비용 부과,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사전교육 외 모의거래 도입을 제시했다.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와 같이 긴급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근거도 마련한다. 세부방안을 논의해 최대한 조기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시장에선 기본예탁금 추가 상향, 괴리율이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지면 거래를 일시정지 하는 방안, LP 유동성 공급 제한 등도 거론된다. ELW 규제와 같이 모두 거래를 어렵고 복잡하게 규제해 투자자가 시장에서 스스로 떠나게 하는 방법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ELW 규제로 사실상 파생옵션시장이 망가졌다"는 비판도 거셌던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추가 보완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붕괴" 16년 전 카드 만지작...레버리지ETF 대책에 업계 "부적절"

ELW와 ETF 차이/그래픽=최헌정
ELW와 ETF 차이/그래픽=최헌정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보완 대책에 나서며 금융투자업계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2010~2012년 시장건전화 대책 이후 사실상 시장이 붕괴된 ELW(주식워런트증권) 사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ELW 규제 당시 나왔던 강력한 LP(유동성공급자) 규제가 반복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ELW 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두 사례는 상품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라 참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더 근본적인 반문도 제기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체에 대한 폐지론까지 나온 마당에, 당국이 여전히 "시장이 소멸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야말로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LW와 ETF의 상품 성격이 다르고 LP의 역할도 차이가 커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 대책에 참고하기는 무리가 있다. ELW의 적정가치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LP가 가격 형성에 과도하게 관여하면 안 되고, ETF는 NAV에 근접하게 유지해야 해서 LP가 적극적으로 호가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던 전례를 감안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ELW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비교 대상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ELW는 정해진 가격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권리' 옵션을 매매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콜ELW',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풋ELW'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ELW 가격은 옵션의 가격, 변동성, 만기 등을 고려해 LP가 가격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다만 LP가 지나치게 잦은 매매를 할 경우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어 스프레드가 아주 심하게 벌어질 때를 제외하고는 관여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아울러 LP는 단순히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자의 거래 상대방 역할도 수행한다.

반면, ETF는 펀드에 담긴 자산들의 NAV(순자산가치)를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LP는 NAV에 가깝게 가격을 유지하고 투자자들이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 때문에 LP는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촘촘하게 호가를 제시한다.

이처럼 두 상품의 성격과 LP의 역할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업계는 금융당국이 ELW 사례를 살펴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ELW 때는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와 LP 간의 담합으로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면서 LP의 호가 제출을 규제했다. 이 호가 제출을 스프레드가 15% 이상 벌어져 있을 때만 LP가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문제는 LP의 불공정행위가 아니라 투자자 쏠림에 따른 왝더독(Wag the dog) 현상에 따른 시장 변동성 심화와 LP의 괴리율 관리 난이도 상승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한 증권사 LP 부서 담당자는 "현실적으로 거래가 몰려 변동성이 커지면 LP가 ETF 괴리율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처럼 본주 대비 ETF 거래 비중이 큰 경우에는 더 어렵다"며 "ELW 때처럼 LP에 대한 괴리율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것보다 거래 분산, 스프레드 관리 체계 개선 등 제도 변경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나온 대책처럼 LP의 종가 괴리율 관리의무 기준을 현행 3%에서 2%로 강화하는 방식은 LP가 괴리율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직전 대량 매매에 나서게 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괴리율 관리도 더욱 어려워지게 한다"며 "이렇게 되면 ELW 때처럼 LP들이 사업을 철수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 소멸을 우려하는 상황 자체가 모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관련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서마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폐지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시장 붕괴를 걱정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단번에는 아니더라도 서서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폐지해야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TF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서 "지금이라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를 멈추길 바란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상장폐지를 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투운용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을 2종 운영하고 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국이 진심으로 사태 해결 의지가 있다면 예탁금 규제를 3000만원이 아니라 1억원이나 50억원처럼 획기적으로 높여 신규 유입을 막아야 할 것"이라며 "신규 자금 유입을 막아 서서히 상품 규모를 줄이고, 나아가 최종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어디에도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종목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며 "대만이 자국 시장에서 TSMC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상장하지 않는 것도 그 위험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계좌 녹는다" 비명에 규제→시장 붕괴...16년 전 'ELW 트라우마'

국내 ELW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현황/그래픽=김지영
국내 ELW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현황/그래픽=김지영

"신중한 투자문화 정착."

2010년 10월 금융위원회가 ELW(주식워런트증권) 시장에 대한 1차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며 제시한 기대효과다. 그러나 2·3차로 이어지며 거래 문턱을 높인 당시 정책은 과열 해소를 넘어 시장 붕괴를 유발한 실패작으로 남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열풍을 계기로 16년 만에 재등장한 고강도 상품규제에 증권가 촉각이 곤두서는 배경이다.

국내 ELW 시장은 2005년 12월 개설됐다. 첫해 거래대금은 일평균 210억원에 그쳤지만, 기존 파생상품과 달리 소액으로 예탁금·증거금 없이 콜·풋 옵션 투자에 나설 수 있게 한 초기 거래규정은 개인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하자 ELW 시장은 급격히 팽창, 이듬해 거래대금을 일평균 8523억원으로 키웠다. 시장규모를 세계 2위까지 올려놓은 급성장세였다.

2010년 국내 ELW 시장은 거래대금을 일평균 1조6374억원까지 늘리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간과한 증권가 마케팅과 개인의 대규모 손실, LP(유동성공급자)·스캘퍼(초단타매매자)가 주도하는 거래환경은 투기 논란을 불붙였다. 금융위에 따르면 그해 7월 ELW 시장에선 일평균 100차례 이상 거래한 계좌가 전체 거래대금의 91.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0월 증시를 강타한 '도이치 옵션쇼크'는 파생상품 전반의 긴장감을 높이는 단초였다. 그렇게 나타난 ELW 시장 1차 건전화 방안(투자자 교육이수 의무화·LP 평가 강화 등)이 시행 이후 거래대금 감소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자 금융당국은 재차 칼을 뽑았다. 이듬해 3월 검찰 기소로 불거진 ELW 스캘퍼 시세조종·DMA(Direct Market Access·직접전용주문) 특혜 의혹도 규제 수위를 높일 명분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후속 조처의 강도가 거래를 단념시키는 수준이었다는 데 있다. 일반투자자의 ELW 투자금액이 평균 400만~500만원 안팎이던 2011년 5월, 금융위는 2차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며 기본예탁금을 1500만원으로 정한 뒤 같은 해 10월 본격 시행했다. 개인투자자 이탈은 이때를 기점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뒤따른 LP 활동제한 조처에 시장은 거래절벽을 마주했다. ELW 시장스프레드가 15%를 초과할 경우에만 LP가 호가를 제출할 수 있도록 제한한 3차 건전화 방안이 2012년 3월12일 시행되면서다. 2010년 이후 줄곧 20억~80억주를 오가던 일평균 거래량은 시행일 직후 10억주 아래로 낙하했다.

수익감소를 견디지 못한 증권사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ELW 시장은 침체가 본격화했다. 2010~2011년 24곳에 달하던 ELW 발행사는 2012년 20곳, 2014년 10곳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3년 들어선 한국투자증권 등 3곳만 남아 사실상 명맥만 이어가는 중이다. 발행 감소보다 먼저 단행된 유동성 공급 축소는 예기치 못한 LP 감원을 낳기도 했다.

ELW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4년 804억원까지 내려앉은 뒤 바닥을 헤매는 추세다. 코로나19(COVID-19) 랠리가 한창이던 2021년 162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재차 1600억원대로 올라섰지만, 고점인 2010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시장이 고사했다고 입을 모은다.

장외 후폭풍도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 유치전 속에 스캘퍼에게 DMA 서비스를 제공한 국내 증권사 12곳은 전현직 대표가 부당거래 혐의로 줄줄이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고 무죄를 확정받는 데 3년 이상을 보냈다. 파생상품 경험을 토대로 국내 ELW LP에 뛰어든 외국계 증권사들은 규제 여파로 시장을 잃자 해외 시장에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외 신인도 측면에서 우려스러웠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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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증권부 김나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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