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이 주요 계열사 5곳의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회생 대상에서 제외된 중앙일보는 최소 142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해 조기상환 압박을 받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2021년부터 중앙그룹에 집행한 5000억원대 투자금의 회수 여부도 그룹 전반에 번진 유동성 위기로 불확실해진 것으로 관측됐다.
17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중앙일보가 발행한 공모(50억원)와 사모(1370억원)를 합쳐 1420억원 규모 회사채에서 최근 EOD(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올해 2월 중앙일보가 발행한 50억원 규모 제49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사채 인수계약은 특약조항에 신용등급 강등 시 EOD가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앙일보는 한국기업평가 기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지난 5월15일 BBB였으나 15일 B-까지 연속 하향됐다.
한 달 사이 7노치(신용등급 구분의 최소 단위)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단기 신용등급은 A3에서 C로 5노치 밀렸다. 이 같은 등급 하향에 따라 사모 회사채에서 EOD 사유가 발생했다. 중앙일보가 발행한 137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는 다른 사채에서 EOD 사유가 발생하면 함께 EOD가 적용되는 교차부도(크로스디폴트) 조항이 특약상 담겨 있었다. EOD가 발생하면 채권자는 만기전이라도 원리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소 5개 회차 채권들에서 EOD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EOD 사유가 발생한 공모채인 중앙일보43-2 회사채는 EOD 공시 전인 전날 한국거래소 채권시장에서 액면가 1만원당 4800원에 장내거래를 마감했다. 액면가 대비 할인율은 52%에 달했다.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전액 상환받는다고 가정하면 단순 수익률은 100%를 넘기는 셈이다. 그러나 채권 가격이 반토막 난 것은 그만큼 원리금 회수 불확실성이 높다고 시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회사채들은 가격 급락에 따라 순차적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되거나 투자유의종목 지정 예고를 받은 상태다.
중앙일보는 중앙홀딩스(중앙그룹 지주사),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이 신청한 회생 대상 5개 법인에서는 제외돼 있다.
앞서 콘텐트리중앙 자회사인 SLL중앙은 2021년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과정에서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로부터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계약에는 정해진 기한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그룹이 약정 수익률을 더해 투자금을 돌려주거나 투자자 주도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담겼다. SLL중앙의 IPO(기업공개)가 미뤄진 가운데 그룹 유동성 문제까지 불거지며 투자자들이 자금을 순조롭게 회수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관측됐다.
JKL파트너스도 2021년 콘텐트리중앙 전환사채(CB) 10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 가운데 200억원은 2024년 12월 상환돼 원금 800억원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도 300억원 규모 콘텐트리중앙 사모 전환사채 인수자다.
IB업계는 중앙일보의 상환 압박이 중앙그룹의 자구안 추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중앙그룹이 자금난의 돌파구로 추진해 온 사옥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중앙그룹 전반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있는데 임차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사옥 매각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채권자와 주주 등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러분의 피해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