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8일 나란히 매도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될 만큼 강한 매도세에 동반급락했다. 전날 삼성전자 실적발표 이후 반도체주 전반에서 차익실현성 매도가 번진 데다 중동정세의 불안이 겹쳤다. 시장의 초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의사록과 SK하이닉스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409.52포인트(5.35%) 내린 7246.7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4.91% 하락한 데 이어 이날은 7300선도 밑돌았다. 장중 1.77% 오른 7791.66까지 반등했지만 하락반전 이후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웠다. 이날은 개인과 기관이 각각 449억원, 3379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3357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4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1분 코스피 시장, 1시33분 코스닥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일시정지됐다. 올해 사이드카는 코스피 시장에서 33차례(매수 16·매도 17), 코스닥 시장에서 18차례(매수 11·매도 7)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이틀 연속 매도사이드카가 울렸다. 전날엔 급락에 따른 서킷브레이커(거래일시중단)도 발동됐다.
이번 급락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매물이 이틀째 이어진 데서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지만 반도체 피크아웃(고점통과)론이 시장에 확산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늘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도 삼성전자가 급락한 여파로 반도체주가 동반하락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이 피격되며 미국과 이란의 평화합의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수뿐 아니라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1만8500원(6.25%) 내린 27만7500원, SK하이닉스는 12만5000원(5.68%) 하락한 20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는 1만7000원(3.55%) 내린 46만2500원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46.23포인트(5.56%) 하락한 785.00에 마감하며 800선도 내줬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926억원, 14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코스닥에서도 3371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급락장이 거듭되면서 반대매매 등 매물출회를 일순간 늘리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코스피지수는 저점 기준 12개월 선행 PER(주가순이익비율)는 6.19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6.27배)를 밑돌았고 이는 2000년 이래 하위 4.7%에 해당한다"며 "수급(레버리지ETF·반대매매 등), 센티멘트 악화(주요 기술적 지지선 이탈)로 투매가 이어진 만큼 언더슈팅(전저점을 밑도는 단기급락)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단기 지지선으로 7300선 부근을 제시했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7300선을 밑돈 상황이어서 9일에는 해당 가격대가 상승을 가로막는 저항선으로 바뀌느냐가 반등의 강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추세적 반등여부의 변수로 이달 말에 예정된 미국 주요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의 실적발표가 거론된다. 빅테크들의 AI(인공지능) 투자 관련 긍정적 의지가 확인되면 주가흐름과 외국인 수급이 다시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AI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외국인 매도압력이 구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증권가는 8일 오후 2시(현지시간)에 공개되는 FOMC 6월 의사록과 10일로 예정된 SK하이닉스 ADR의 나스닥 상장에 촉각을 세운다. FOMC 6월 의사록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FOMC 회의에 대한 기록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대비 국내 증시의 낙폭이 이례적인 가운데 10일 SK하이닉스 ADR 상장흥행 및 셀온(투매) 여부가 단기 방향성을 가를 핵심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