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금융강국코리아]⑥-<1>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은 국내은행 영업점 가운데 유일하게 폴란드 도시 중 바르샤바가 아닌 제3의 도시 브로츠와프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이 폴란드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금융의 중심지인 바르샤바에서 영업을 시작했지만, 실제 시설 투자와 제조·생산 기지는 브로츠와프를 포함한 서남권에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4년말 브로츠와프에 지점을 열기로 결정하자 은행 내부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브로츠와프가 금융 중심지가 아닌 데다가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9월에 공식 개점식을 한지 채 1년이 안 된 현재, 폴란드 지점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하나은행 폴란드지점은 다른 한국계 기업의 거래를 유치하고 대형 외국계 은행의 방산금융에 참여하면서 실적을 내고 있다. 대형 외국계 은행이 차지하던 한국 기업의 FX(외환거래)도 유치했고, 방산금융에서 보증서 발급업무도 시작해 비이자이익도 확보했다. 다른 국내은행들이 빠져나가며 오히려 경쟁이 줄어든 시장에서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은 지난 판단이 맞았음을 증명해가고 있다.
지난 1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폴란드 지점은 불과 6개월 만에 한국계 기업 대출자산을 4300만 달러(650억원)까지 늘렸다. 하나은행 독일 법인과 협업해 기존에 독일 법인이 거래하던 폴란드 소재 한국 기업들의 대출 일부를 유치했다. 가까운 곳에서 신속한 금융서비스를 원하던 한국 기업들을 찾아 현장 밀착형 영업을 펼친 덕분으로 풀이된다.
폴란드 지점은 연말까지 대출 자산 2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브로츠와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차로 2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한 도시인 포즈난, 바우브지흐, 지에르조니우프, 카토비체에는 각각 삼성전자, 만도, LS전선,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들이 위치하고 있다. 모두 폴란드 지점의 현재 고객이거나 잠재적인 고객군이다.
한국계 기업과 진행한 대출 거래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거래도 유치하고 있다. 폴란드 지점은 지난달부터 한국계 기업이 대형 외국계 은행과 진행하던 FX거래 상당수를 가져왔다. 한국계 기업이 외국계 기업과 거래할 때 유로를 받아오면 직원 임금 지급 등을 위해 폴란드 통화인 즈워티로 환전해야 하는 수요가 발생한다. 폴란드 지점은 그간 대형 외국계 은행이 받아온 수수료보다 20% 가량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면서 환전 거래를 따냈다.
이진수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장은 "한국 기업과 유럽을 연결하는 중동부 유럽의 기업금융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 잡았다"라며 "캐즘이 극복될 때까지 배터리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과 거래를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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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폴란드 지점은 전세계 무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폴란드의 방산금융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폴란드가 EU(유럽연합)와 은행권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지점의 전체 대출자산은 1억2500만 달러(1890억원) 수준이다. 한국계 4300만 달러를 제외한 8200만 달러(1240억원)가 외국계 자산이란 의미다. 이중 대부분은 방산금융을 통해 달성한 실적이다. 실제 폴란드 지점은 런던 지점과 협력해 지난 2월 외국계 대형 은행이 주선한 방산금융에 5000만 유로(86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폴란드는 지난달에도 총 41조원 규모의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에도 대규모 방산거래가 예상되는 만큼 폴란드 지점도 금융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와 연계한 방산금융 구조에 참여한 상황이다. 논의가 진행 중인 'K방산 3차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금융지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방산금융에 따라오는 보증서 거래도 유치했다. 방산 거래에서 무기 업체와 폴란드 정부가 계약을 맺을 때, 계약을 제대로 이행할 것이라는 계약이행보증이나 선수금을 미리지급하는 경우에는 선수금환급을 보증하는 거래 등을 의미한다. 특히 보증료 수입은 최대 36개월간 이연해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비교적 소액이지만 FX 수수료와 함께 안정적인 비이자수익을 뒷받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설립 초기인 현재에는 한국계 여신과 방산금융에 집중하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 지점은 대형 외국계 은행과의 협력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우선 하나은행은 이미 폴란드 최대 상업은행인 PKO Bank Polsk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지 금융권에서는 PKO 은행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주요 사업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PKO 은행이 우크라이나에 자회사 법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 사업이 실행될 경우 폴란드 지점이 PKO 은행과의 관계 등을 통해 서브 컨트랙터(하청)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PKO와 협업해 항공기 금융에 관한 거래도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여객기를 도입하는 사업의 경우에 항공사들은 은행권 컨소시엄에 자금을 빌린다. 항공사는 장기간에 걸쳐 원리금을 상환하고 은행은 항공기를 담보로 잡는 방식이다.
폴란드 지점은 PKO 외에도 네덜란드계 대형 금융사인 ING 은행과의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 ING 은행은 최근 '코리안 데스크'를 개설해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을 비롯한 한국계 은행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수 지점장은 "하나은행은 EU에서 가장 많은 채널과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계 은행"이라며 "폴란드 금융감독청과 PKO, ING도 이런 사실을 알고 하나은행과 협력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