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스테이블 코인 발행·유통규정이 담긴 지니어스(GENIUS)법 전면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입법 지연을 우려하는 가상자산 업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구조 정립이 늦어지면서 해외 규제체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5일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통화연구이니셔티브(MRI) 주최로 열린 방미 국회의원단 초청 2026 하반기 입법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은 내년 1월부터 희망 여부와 상관 없이 미국에서 만들어진 스테이블코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한 목적 중 하나는 무역대금 결제라고 생각한다"며 "결제 수요가 급증할텐데, 한국이 어느정도 대비를 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니어스법은 지난해 7월 공포됐다. 미 재무부는 올해 상반기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마쳤다. 법 시행일은 내년 1월18일로 확정된 상태다.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 전반을 규정하는 클래리티(CLARITY)법안은 지난달 미 상원 본회의로 넘겨져 표결을 앞뒀다.
미국 입법동향의 핵심으로 한 변호사는 '온쇼어링'을 지목했다.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넘어 자국체계로 진입하는 사업자에게 적극 편익을 제공하고 역외 사업자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시로는 1990년대 예탁증서(DR)로 런던증시의 지위를 잠식한 뉴욕증시를 들었다.
한 변호사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 무기한 선물을 허용한 이유 중 하나는 '수요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데, 역외에 남겨두느니 국내로 흡수해 규제·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의 관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은행권도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해야 하는데, 퍼블릭 블록체인 접속 등 기술적 준비사항도 망분리 등 규제 때문에 완비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혁신금융서비스 준비와 필요성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했다.
세미나에선 이른바 '소유구조 논쟁'에 밀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주요 쟁점이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국내 입법 논의에선 스테이블코인 발행처의 과반지분을 은행이 갖도록 의무화해야하는지 여부를 놓고 은행·비은행간 격론이 일었다.
김종승 MRI 대표는 "정상적인 스테이블코인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액면가(par) 유지를 위한 설계가 중요하다"며 "과거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이 충분해도 거래가가 무너지는 상황이 수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법안 관점에선 위기 때 액면가 거래를 재개할 주체와 손실 부담구조를 정하고, 2차시장에 액면가 거래 지원책이 도달하게 할 방법과 감독기준 리스크를 증폭시키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액면가 유지방안 편입여부를 발행인가의 핵심요건으로 둬야 한다"고 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가상자산 시장구조를 포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정부안 제출이 지난해 하반기로 예고됐다 해를 넘긴 실정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의원 입법은 지방선거 여파로 사실상 중단됐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8월18일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정해질 것"이라며 "당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꾸려달라고 요청해 오는 9월 초 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