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어가면 당할 수 있습니다. 너무 가격이 비싸요."
71년 동안 일본 주식시장을 경험한 90세 현역 투자자 후지모토 시게루 씨가 반도체주 투자를 두고 이같이 경고했다. 현재 주가에 상당한 거품이 반영돼 있어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머니투데이가 만드는 경제·재테크·라이프스타일 유튜브 채널 '싱글파이어' 제작진은 지난 8일 일본 고베시 근교에 있는 후지모토 씨의 자택을 직접 찾아 인터뷰했다.
최근 반도체주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을 어떻게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뜸 거래장부를 꺼내 들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주인 키옥시아홀딩스의 거래내역이 적힌 공책이었다. 그는 장부를 짚으며 "2025년 4월23일 1829엔에 매도한 것이 마지막 거래"라고 했다. 지나치게 비싸졌다는 이유에서다.
키옥시아 주가는 그가 매도한 뒤에도 AI 메모리 수요에 대한 기대를 타고 가파르게 상승했고 한때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일본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반도체 조정장 여파로 급락하며 5위로 밀려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반도체주에도 거품이 끼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며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두고봐야 한다"라고 했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과 현재 주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설명이었다.
후지모토 씨의 경고에는 일본 버블경제 붕괴와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숱한 폭락장을 직접 겪은 경험이 배어 있다. 그는 "주식의 세계에는 10년에 한 번 정도 큰 지진이 온다"며 "지진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있을 때 찾아오는 법"이라고 했다.
1936년생인 후지모토 씨는 18세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반려동물 매장에서 일할 때 손님으로 찾아온 증권사 간부와 주식 이야기를 나눈 것이 계기였다. 이후 반려동물 매장과 마작장을 운영해 자산을 불렸다. 1986년 마작장 세 곳을 6500만엔(약 5억8500만원, 100엔당 900원 기준)에 매각한 뒤 50세에 전업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2년에는 66세 나이에 인터넷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그는 주가확인 용도, 거래 용도, 기업정보 검색 용도로 모니터 3대를 사용하며 매일 주식을 거래한다. '고령의 나이에 컴퓨터 사용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는 "사용법을 독학했다. 90살 먹은 사람도 할 수 있는거니까 (컴퓨터 거래는) 쉬운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2024년 약 18억엔(약 162억원)이던 자산은 인터뷰 시점 기준 약 30억엔(약 270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 변동장에서 단기 매매로 수익을 크게 올렸다는 설명이다. 연 배당 수익은 자산의 3% 가량인 9000만엔(8억1000만원) 수준이다.
후지모토 씨는 주식을 짧게 사고파는 데이트레이딩을 즐긴다. 장기간 보유해 30% 수익을 기다리는 대신 0.몇%의 작은 수익 실현을 반복하는 편이 자신에게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를 절인 음식에 빗대 "그날 먹는 겉절이가 있고 오래 묵혀 먹는 것도 있다"며 "나는 겉절이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한다. 경제전문채널 닛케이CNBC로 미국 증시를 확인한다. 새벽 4시에는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읽는다. 일본 선물시장과 거래 후보를 최종 점검한다. 실적 발표 기간에는 장이 열리기 전 여러 기업의 결산 자료를 확인한다. 인터뷰 당일에도 점검할 기업이 11곳이었다.
장이 끝나면 거래 내역을 공책에 옮겨 적고 매매를 복기한다. 공책 매 페이지마다 거래 일자와 가격, 수량 등 23건의 거래 내역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은 자동차부품업체 무사시정밀공업으로 그 거래 기록만 226페이지, 약 5200회에 달했다.
평생 일본 주식만 거래하던 그가 최근 처음 손댄 해외 주식은 스페이스X였다. 일본 방송사가 상장을 앞둔 스페이스X를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모른다'고 답하고 싶지 않아 직접 공부하고 사봤다고 한다.
그는 스페이스X 주식을 상장 첫날 시초가인 150달러에 600주를 매수해 약 300만엔(약 2700만원)의 수익을 낸 뒤 전량 매도했다. 이후 기념으로 10주를 다시 사 현재까지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시장은 일본 시간으로 밤에 열리는 만큼 "(미국주식을 거래하면) 잠잘 시간이 없다"며 앞으로 또 미국 주식을 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후지모토 씨는 투자자들에게 잘 알지 못하는 해외 종목보다 자국 주식을 사라고 조언했다. 더 쉽게 기업정보를 얻고 산업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어쩌다 한 번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모르는 주식은 위험하다"라고 강조했다.
은퇴를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죽을 때까지 투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기사는 2030 세대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싱글파이어'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후지모토 시게루 씨가 설명하는 더 구체적인 노하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오는 7월28일 2편 영상이 공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