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월 들어 34.01% 하락했다. 이달 초 8300대였던 지수는 5500대로 내려왔다. 반도체주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쏠림이 심화한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AI(인공지능) 수익성 우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저평가 국면에 다다른 만큼 다음달부터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8일부터 29일 연속 서킷 브레이커를 울리며 16.17% 급락했던 코스피는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장 중 5% 이상 올라 6000선 회복을 시도했으나, 오후 들어 다시 하락했다.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급 변동성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추정한다"며 "국내 증시는 재차 약세로 전환해 상승 폭을 반납했다"고 말했다.
매크로 상황도 부정적이었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은 회의 결과 연준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고, 이에 미국 증시는 하락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1조425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각각 1조3389억원과 664억원 순매수했다.
이날도 반도체주 하락이 코스피를 끌어내렸다. 코스피 업종 중 전기·전자는 3.08% 하락했고, 의료·정밀기기는 2.1% 내렸다. 제조, 오락·문화, 건설 등은 1% 이상 미끄러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하락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는 각각 5.64%와 6%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약보합 마감했다. 삼성전자우는 1.56% 내렸다. 삼성전기는 14.58% 급락했다. 이날 삼성전기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셀온(고점매도) 물량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 코스피 급락의 원인으로 반도체주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쏠림을 꼽는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알파벳(구글), 메타 등 빅테크가 AI CAPEX(설비투자)로 인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현금흐름과 EPS(주당순이익)를 기록했다. 중국 반도체 성장 등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코스피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고, 현재 해당 기업들의 실적 대비 PER(주가수익비율)은 역사상 최저인 4~5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향후 매크로 환경이나 반도체 업황이 다소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수급적 요인에 의해 변동성을 동반한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또, 코스피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문제도 다음 달부터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에 따른 청산 압력이 의미 있게 완화되는 구간은 현재 속도대로라면 앞으로 3~4주 후"라며 "금융당국의 조치 등이 해당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공포에 질려 매도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월이 '공포의 한 달'이었다면, 다음 달은 과도했던 공포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확인하는 한 달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략은 공포에 휩쓸려 주도주를 던지기보다 실적이 확인되는 반도체와 낙폭이 과도했던 성장주를 차분히 분할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7.9포인트(2.7%) 내린 644.78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사흘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주성엔지니어링(-15.33%), 피에스케이(-11.75%), 파마리서치(-11%), 펩트론(-10.72%) 등은 10% 이상 급락했다. 반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4%대 상승했고, 삼천당제약도 2.68%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9.3원 내린 1437.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