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소비자 체감물가 지표로 활용될 만큼 대중적인 음식인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다. 가파른 식자재 가격상승으로 원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1위 맥도날드는 1분기 3.8%였던 매출성장률(미국 내)이 2분기 0.8%로 급락했다. 객단가를 올려 매출은 소폭 성장했으나 방문객수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저소득층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다는 진단에 맥도날드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 외식의 4분의1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위기
업계의 하반기 상황도 좋지 않다. 버거는 패티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소고기 기근이 길어질 조짐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미국의 소 사육두수는 8620만마리로 7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년간 이어진 가뭄과 사료비 급등에 목장주들이 사육을 줄이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소고기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분쇄육 평균소매가는 지난 7월 ㎏당 15.2달러(약 2만13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79% 올랐다. 같은 기간 빅맥지수 상승률(41%)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이런 이유로 대중적인 프랜차이즈들이 흔들리는 것과 달리 최근 주가가 급반등한 회사가 있다. 프리미엄 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이다.
쉐이크쉑 주가는 지난해 110.67달러까지 갔다가 올해 6월8일에는 51.60달러까지 밀리는 등 53% 급락했다. 그러나 연중 고점 대비 20% 안팎 밀린 채 계속 약세를 보이는 맥도날드와 달리 쉐이크쉑은 6월 초 바닥을 다진 뒤 2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44% 급등해 74.33달러까지 회복했다.
쉐이크쉑은 맥도날드보다 원가부담이 큰 업체다. 소고기가 식자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달한다. 여기에 역대 최대매출을 내던 라이선스 지역이 아랍에미리트(UAE)였기 때문에 이란전쟁 후폭풍도 맞았다.
그럼에도 쉐이크쉑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올해 2분기(4~6월) 매출은 4억1760만달러(약 585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7.2% 늘었다. 조정EPS(주당순이익)는 0.43달러로 월가 컨센서스(0.30달러)를 41.7%나 웃돌았다. 발표 당일 주가는 12.1% 급등한 74.33달러로 마감했고 최근 2주간 상승률은 30%가 넘는다.
◇립스틱 효과, 쉐이크쉑의 역주행
특히 월가가 주목한 포인트는 맥도날드에서 이탈한 고객이 쉐이크쉑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관측됐다는 점이다. 쉐이크쉑은 2분기 중 6월에 가격인상을 한 번(1.0%) 했고 방문객 수는 이 기간 2.0% 늘며 4개 분기 연속 증가를 이어갔다.
미국의 버거시장은 프리미엄 제품판매에 주력하는 프랜차이즈(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 인앤아웃)와 가격부담이 적은 메뉴를 앞세운 기존 업체들(맥도날드, 웬디스, 버거킹)로 분류된다. 물가상승으로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데 오히려 고가라인이 흥행 중이다.
지갑 사정이 나빠지는 시기에 화장품 전체 구매는 줄여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립스틱은 고가제품을 사서 심리적 결핍을 채운다는 '립스틱 효과'가 미국 버거시장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원리서치의 분석이다.
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시스템 매출성장률 기준 쉐이크쉑은 15.2%로 미국 버거체인 1위였다. 컬버스(14.2%) 인앤아웃(9.6%)이 뒤를 이었다. 반면 맥도날드는 3% 성장에 그쳤다.
프리미엄 버거의 경우 일단 맛이 다르다는 게 고객들의 평가다. 일반적인 패스트푸드가 냉동패티를 쓰는 데 반해 쉐이크쉑은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쓰지 않은 100% 앵거스 생고기만 쓴다. 빵도 다르다. 쉐이크쉑은 1950년대부터 감자빵을 만들어온 펜실베이니아 마틴스의 포테이토롤을 쓴다. 매장환경도 차별점이다. 쉐이크쉑 매장은 도심 핵심상권과 공원인근에 주로 포진한다. 패스트푸드를 파는데 공간은 카페처럼 꾸미고 여기에 키오스크 도입으로 인건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마케팅 방식도 경쟁사와 결이 다르다. 경쟁 체인들이 5달러 세트류 초저가 할인전을 벌이는 동안 쉐이크쉑은 전면할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앱(애플리케이션)과 배달 등 디지털 채널에 2·4·6달러짜리 표적쿠폰을 심어 신규고객 유입과 재방문을 유도한다. 단골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쉐이크쉑의 매출(2분기 기준)은 직영매장 판매액 96.6%, 해외·공항 등 라이선스 로열티 수입 3.4%로 구성된다. 라이선스 매장에서 판매된 금액은 본사 매출로 잡히지 않고 그 일부가 로열티로 들어온다. 직영과 라이선스를 합친 시스템 전체 판매액은 2분기 6억2580만달러(약 8760억원)로 전년보다 13.8% 늘었다.
매장수는 2분기말 기준 직영 406개, 라이선스 297개 총 703개다. 미국 35개주에 약 460개, 런던·홍콩·상하이·싱가포르·도쿄·서울 등 해외에 250개 이상이 깔렸다. 회사는 올해 직영 60~65개, 라이선스 40~45개를 새로 열고 장기적으로 1500개까지 늘린다는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4년 만에 매출 2배…월가 투자의견은?
쉐이크쉑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매출액은 2021년 7억3990만달러(약 1조360억원)에서 2025년 14억4530만달러(약 2조230억원)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2025년 순이익은 4971만달러(약 696억원)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매출 가이던스로 16억~17억달러를 제시했다. 2분기말 현금 3억800만달러(약 4310억원), 장기부채 2억4830만달러(약 3480억원)로 재무여력도 넉넉한 편이다.
버거 프랜차이즈에 대한 월가의 투자의견은 쉐이크쉑 '매수', 맥도날드 '중립', 웬디스 '매도'로 나뉜다. 쉐이크쉑은 PER(주가순이익비율) 75배로 비싸다는 지적을 받지만 목표주가 상향은 진행 중이다. 쉐이크쉑 창업자 대니 마이어가 최근 6개월 사이 자사주 3만2258주, 200만달러(약 28억원)어치를 장내매수했다는 점도 긍정적 현상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