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금투협 중심 사회기여 공동방안 논의 착수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증권업계가 사회기여 공동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 강화 등 업계 차원의 사회기여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증시 호황으로 이익이 급증하고 자본시장의 위상이 커지면서 증권업계도 이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과 증권사들은 최근 업계 공동의 사회기여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지원 규모와 대상, 재원 분담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융투자교육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금투협을 중심으로 투자자 교육, 펀드 조성 등 여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자본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를 담당하는 증권사의 위상도 달라진 만큼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업계 공동의 사회공헌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증권업계의 사회적 역할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것과 달리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만큼 사회적 기여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교육 강화나 관련 인프라 투자 등에 증권사들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이자환급과 금리 인하, 채무조정 등 상생·포용금융을 확대해 온 것도 증권업계의 사회기여 논의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이다. 다만 증권사는 은행과 수익구조가 다른 만큼 단순 기부나 현금 지원보다 자본시장의 기능과 전문성을 활용한 이른바 '자본시장형 상생금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투자교육과 투자자 보호를 비롯해 청년·취약계층의 자산형성 지원, 중소·벤처기업 자금공급, 공익·상생펀드 조성 등이 가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구체적인 방식은 금투협과 증권사들 간 논의를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사회기여 논의의 배경에는 증권업계의 가파른 실적 성장이 있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총 10조2700억원으로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 연간 순이익 9조원도 반년 만에 넘어섰다.
공동방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증권업은 증시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자본력과 이익 규모에도 차이가 있다. 사회기여 규모와 증권사별 분담 기준, 업황이 악화됐을 때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문제가 향후 논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둔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투자교육과 투자자 보호, 청년·취약계층의 자산형성 지원 등 증권업의 특성과 전문성을 살린 지속 가능한 사회기여 방안을 업계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금융투자교육 확대·내실화 등 "증권업 본업 살린 사회기여"
증시 호황으로 역대급 이익을 거둔 증권업계가 사회기여 방안을 고민하면서 관심은 '무엇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에 쏠린다. 은행권은 이자환급이나 금리 인하, 채무조정 등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직접 덜어주는 방식으로 상생·포용금융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수익구조가 다른 증권사가 이를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다. 청년의 자산형성부터 투자자 교육, 벤처·스타트업 자금공급까지 증권업의 본업을 활용한 '자본시장형 상생금융'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청년·투자자 지원 '상생'…투자교육 확대·내실화
'자본시장형 상생금융'은 자산관리와 투자중개, 기업금융 등 증권사가 이미 가진 기능을 활용해 투자자와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금융투자교육은 증권업계가 가진 투자·자산관리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고, 사회기여를 확대할 여지가 큰 분야로 꼽힌다.
현재 증권사들이 금융투자교육에 투입하는 기부·출연금은 실적이나 전체 사회공헌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홍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금융투자교육 관련 기부·출연금은 지난해 2억100만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엔 2억6900만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여전히 크지 않다. 그만큼 증권업계가 추가적인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영역이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등 이미 공동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업계가 재원과 참여를 확대해 청소년·청년층의 금융투자교육부터 신용거래, 미수거래, 레버리지 상품 등 고위험 투자 위험교육까지 강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확산을 비롯해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는 거래가 적지 않은 만큼 단순한 투자지식 전달을 넘어 위험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교육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투자교육을 지금보다 의미 있게 제공하는 것은 증권사의 신뢰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며 "빚투를 억제하고 중장기적으로 자산관리 중심으로 유도한다는 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양보다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등 일부 고위험 상품에는 사전교육이 요구되지만 교육을 형식적으로 이수하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투자교육 내실화를 위해 투자자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장치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과 반발도 나올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라며 "조금 더 어린 연령대부터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기본교육을 교양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과 사회초년생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것도 사회기여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첫 증권계좌를 만드는 청년이나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 혜택을 제공해 온 만큼 이를 사회적 목적에 맞춰 특정 계층에 적용할 수 있다.
◇'모험자본 공급' 본연 역할…벤처·스타트업에 성장자금 공급 지원
기업을 대상으로는 벤처·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성장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자본시장과 연결해 자금조달을 돕는 것이다. 단순한 기부와 달리 증권업의 기업 발굴과 IB(투자은행) 역량을 활용하면서 생산적 금융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증권사에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금투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를 위한 협의체'에서 "그간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과정에서 그 자본이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손쉬운 수익 창출에 활용됐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위험 뒤에 가려진 성장잠재력을 선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증권업의 존재 이유이자 생산적 금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해 공익·상생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선택지 중 하나다. 펀드 방식은 재원을 일회성으로 소진하는 기부와 달리 장기간 운용하면서 운용 성과를 다시 사회적 목적에 활용하는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업계 공동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개별사의 사회공헌을 넘어 증권업 전체의 상생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회기여 방안 논의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히 증권사들이 돈을 걷어서 얼마를 내놓는 식으로 결론이 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실제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고 증권업 특성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③실적 변동성에 대·중소형사 체력차 난제…합리적 분담, 지속성 관건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증권업계가 사회기여 확대를 모색 중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증권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데다 회사별 이익과 자본력 격차도 크다. 호황기에 일회성 재원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업황이 달라져도 이어갈 수 있는 사회기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증시 변동성에 따른 실적 우려가 업계의 사회기여 공동방안 논의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증권사는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등 주요 사업의 수익이 주가와 거래대금, 금리 등 시장 상황에 민감하다. 증권업계에선 상반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제한적이고 특정 사업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은 곳이 많아 시장 변동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최근에도 거래대금 감소와 증시 변동성 확대가 중소형사의 하반기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처럼 증권사별 체력 차이는 업계가 사회기여 공동방안을 만드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 사회기여 사업에 모든 증권사가 같은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이라면 중소형사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한다면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부담하기보다 각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사회기여 지원 규모 및 분담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증권사별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회사별 순이익이나 자기자본, 사업 규모 등에 따라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고안할 수 있다. 다만 순이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변하고 자기자본은 당해 이익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는 만큼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을지 숙고가 필요하다.
단순히 올해 벌어들인 이익에 비례해 일회성 출연금을 걷는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올해처럼 증시가 좋을 때 사회기여 규모를 크게 늘렸다가 시장이 침체되면 다시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기여 규모가 증시 등락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번 논의가 일회성 출연을 넘어 일정한 원칙을 가진 업계 공동의 사회기여 체계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연도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증권사별 부담 능력을 반영하고 업황 변화에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증권업계의 사회기여가 호황 때만 반짝하는 '나눔'에 그칠지, 업황과 관계없이 지속되는 상시적 역할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만들어질 공동방안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별 체력과 증권업의 실적 변동성을 반영해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별 실적과 자본력에 따라 출연 규모를 차등화하고 호황기에 확보한 재원을 여러 해에 걸쳐 사용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특정 연도의 순이익 대신 최근 수년간의 평균 이익을 출연 기준으로 삼으면 증권업 특유의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 업황이 좋을 때는 출연액을 늘리고 악화할 때는 줄이되 사회기여 사업은 적립된 재원을 활용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별도의 조직을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업계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향한 방법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등 기존 조직의 사업을 확대하면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